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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정형화한 떠나(보내)는 형식

입력
2021.07.02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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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불꽃 장례식

"다시 불꽃이 오르고 외침이, 탄식이, 흐느낌이, 정욕과 혼란으로 가득 찬 어둠을 찢으며 흩어졌다" 오정희 단편 '불꽃놀이'에서. flickr 사진

"다시 불꽃이 오르고 외침이, 탄식이, 흐느낌이, 정욕과 혼란으로 가득 찬 어둠을 찢으며 흩어졌다" 오정희 단편 '불꽃놀이'에서. flickr 사진


7월 4일은 미국 독립기념일이고,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은 성대한 불꽃놀이로 1776년 탈식민·독립선언의 역사적 전환을 기념한다. 시민들은 술과 간식을 챙겨 여름 밤 소풍을, 불꽃의 장렬한 아름다움과 함께 즐기곤 한다.

하지만 불꽃의 덧없음과 허무, 또는 극적인 평온에 주목한 일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는 자신이 주연한 영화 '하나비(불꽃)'에서 생의 마지막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불꽃놀이를 활용했다. 작은 빛의 점 하나가 화려한 불꽃으로 피었다가 이내 어둠으로 흩어지는 그 짧은 과정을 한 생의 은유라 해도 좋을 것이다.

불꽃놀이를 장례의 한 형식으로 처음 활용한 게 누군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영미권 일부 국가에는 적법한 절차로 불꽃 장례식을 대행해주는 업체들이 있다. 유족이 원하는 때와 장소에서 고인의 분골을 캡슐에 담아 화약과 함께 밤하늘의 불꽃으로 산화시키는 형식. 유족은 불꽃의 형태와 색깔을 고를 수 있고, 불꽃의 크기와 타는 시간 등에 따라, 해변에서 쏘아 올릴지 요트를 타고 해상으로 나갈지 등 옵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고 한다. 예컨대 미국 캘리포니아 LA 교외의 '에인절스 플라이트(Angels Flight)란 장례업체는 해안의 경우 약 4,250달러, 요트를 쓸 경우 5,500달러 쯤으로, 일반적인 매장식 장례 비용과 큰 차이가 없다.

조화(弔花)로 꾸며진 영정이 아니라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의 이미지로 고인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맘때 축제의 불꽃과 독립기념일 밤 소풍은 아릿한 재회의 감회를 경험할 수 있는 '성묘'와도 같은 이벤트가 될 수도 있겠다.

달의 배린저 분화구에 유해의 일부가 묻힌 천체지질학자 유진 슈메이커와 명왕성 탐사선에 실린 명왕성의 발견자 클라이드 톰보를, 인공 어초가 되어 바다에 묻히는 산호볼(Reef Ball) 장례를 소개한 적이 있다. 우리는 떠나(보내)는 형식에서도 너무 정형적이고 규격화한 나라에 살고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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