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인명을 구한 비운의 죽음

입력
2021.06.29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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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 맨스필드 바

붉은 점선 야광스티커가 붙어 있는 가로 빔이 '맨스필드 바'다. 미국 배우 제인 맨스필드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flickr 사진

붉은 점선 야광스티커가 붙어 있는 가로 빔이 '맨스필드 바'다. 미국 배우 제인 맨스필드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flickr 사진

대형 덤프트럭이나 트레일러 화물칸 아래에 범퍼처럼 설치된 철제 가로대를 '맨스필드 바(Mansfield Bar)'라고 부른다. 교통사고로 숨진 미국 영화배우 제인 맨스필드(Jayne Mansfield, 1933.4.19~1967.6.29)의 이름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1954년 데뷔한 맨스필드는 은발의 육감적인 외모와 뇌쇄적 표정 연기로, 마릴린 먼로의 인기에 도전할 만한 배우로 주목받았다. 여러 편의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며 '플레이보이' 표지 등을 수시로 장식했고, 존 스타인벡 소설 원작 1957년 영화 'The Wayward Bus'의 주연을 맡아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1967년 6월 28일 밤, 그는 미시시피주 한 나이트클럽 공연을 마치고 다음 날 오전 TV쇼 인터뷰를 위해 뉴올리언스로 향했다. 다음 날 새벽 2시 25분 무렵, 변호사와 전남편, 어린 세 자녀를 태운 그의 '뷰익 일렉트라 225' 승용차가 90번 주간고속도로 위에서 앞서 달리던 대형 트레일러에 추돌했다. 트레일러의 화물칸 아래로 승용차가 파고들어 차 위쪽이 뭉그러졌고, 그를 포함한 성인 3명이 즉사했다. 고속도로에 설치된 해충방제 설비가 연막가스를 뿜으면서 트레일러 트럭이 속도를 늦췄고, 탁한 시야 때문에 그의 승용차가 너무 늦게 속도를 줄인 탓이었다. 인명피해의 결정적 요인 중 하나는 트레일러의 차체가 너무 높아 후면 범퍼가 승용차 추돌에 무용지물이었다는 거였다.

사고직후 미 교통부 고속도로교통안전위원회(NHTSA)는 대형 화물차 화물칸 아래에 별도의 안전 바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했고, 대다수 국가가 뒤따라 그 조치를 채택했다. 야광, 반사테이프 등이 부착된 '맨스필드 바'는 이후 수많은 사고를 예방하고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

세 자녀는 경미한 부상만 입었고, 당시 3살이던 마리스카 하지테이(Mariska Hargitay, 1964~)는 배우로 데뷔해 NBC 드라마 '로앤오더: 성범죄수사대' 주연을 맡았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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