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접종 증명서' 판치는 러시아… '델타 변이' 총력방어 나선 지구촌

입력
2021.06.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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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변이, 러 장악… 백신기피 탓 '통제불능'
이웃나라들, 러시아에 빗장... 방역 재강화도

러시아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국민들에게 접종 증명서를 발급한다. 21일 러시아 공공 서비스 포털 사이트 화면에 백신 접종 증명서가 표시돼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국민들에게 접종 증명서를 발급한다. 21일 러시아 공공 서비스 포털 사이트 화면에 백신 접종 증명서가 표시돼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가 인도와 영국에 이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인도) 변이’ 대유행의 새로운 진앙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수도 모스크바에선 델타 변이가 신규 확진의 90%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백신 기피 현상은 도무지 잦아들 기미가 없고, 방역망을 허무는 ‘가짜 접종 증명서’까지 성행하면서 감염병 확산 사태는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에 빗장을 걸어 잠근 나라도 많다.

2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이날 하루 동안 114명이 코로나19로 숨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일일 최대 사망자 수다. 이달 들어 모스크바에선 확진자가 하루 평균 8,500명씩 쏟아지고 있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탓이다. 도시 전체가 바이러스 ‘배양 접시’가 돼 버린 양상이다.

결국 모스크바 시당국은 초강수를 꺼냈다. 교사, 택시기사, 영업사원, 식당 직원 등 대면 서비스 업종 노동자를 대상으로 ‘백신 의무 접종’ 지침을 내렸다. “백신을 맞든지, 아니면 다른 직업을 찾으라”는 최후통첩까지 날렸다. ‘전 직원 60% 접종’ 기준에 미달하는 사업주에겐 막대한 벌금도 부과하기로 했다. 러시아 내 다른 지역 10여 곳도 모스크바를 따라 백신 의무 접종 시행에 동참했다.

이뿐 아니다. 백신을 맞지 않을 경우, 일생생활 자체가 불편해지도록 요소요소를 규제하고 있다. 식당과 술집에 들어가려면 접종을 인증하는 ‘QR코드’, 또는 72시간 안에 발급받은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병원은 미접종자에 대한 진료를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모스크바 접종률은 15%에 그친다. 러시아 전체 접종률도 11.5%로 유럽에서 북마케도니아 다음으로 낮다. 백신에 대한 불신이 워낙 견고한 탓이다. 러시아는 자체 개발한 백신 스푸트니크V를 지난해 8월부터 무료 접종하고 있고, 60개 국에서 사용 승인도 받았다. 올 2월엔 국제적인 의학학술지 랜싯에 예방효과 91.6%를 기록한 최종 임상시험 결과가 실리면서 ‘물백신’ 오명도 벗었다. 하지만 4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2%가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했고, 5월 조사에선 ‘코로나19 감염이 무섭지 않다’는 답변이 무려 55%로 나타났다.

주된 원인으로는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여러 국가 수반들이 앞장서 자신의 접종 장면을 공개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어떤 종류의 백신을 맞았는지조차 밝히지 않았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쓴 모습도 대중에게 보여준 적이 없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의 세르게이 칼레스니코브 연구원은 “섣부른 규제 완화로 바이러스를 퇴치했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었다”며 “백신 접종을 위한 동기부여 요인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온라인에선 백신 접종을 피하려는 불법과 꼼수가 판치고 있다. 가짜 접종 증명서를 발급해 주겠다는 검은 유혹도 소셜미디어에 똬리를 틀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이달 중순까지 500개 이상의 (가짜 접종 증명서 발급) 도메인이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텔레그램 같은 모바일 메신저에서도 활발히 거래된다. 러시아 인터넷 규제당국이 150여개 계정과 은행 계좌를 폐쇄했으나, 암시장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러시아 때문에 이웃 나라들도 불안감에 떨고 있다. 여름 휴가철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건 그리스마저 30일부터 러시아 출발 입국자에겐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PCR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기로 했다. 독일도 러시아 체류자들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나섰다.

지구촌의 다른 나라들도 다시 방역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델타 변이 감염이 51%까지 치솟은 포르투갈은 일부 지역 봉쇄에 들어갔고, 호주 시드니도 2주간 봉쇄를 단행한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방글라데시 등 최근 확진자가 급증한 동남아 국가들도 전국 봉쇄와 이동 금지령을 내렸다. 토종 베타 변이를 밀어낸 델타 변이의 위력에 화들짝 놀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실내외 집회 금지, 야간 통행 금지, 학교 폐쇄 등을 지시했다. 현재까지 델타 변이가 보고된 나라는 92개 국(세계보건기구 발표)에 이른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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