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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靑 부실 검증, 비서관 경질로 끝낼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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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27일 전격 경질됐다. 청와대가 김 비서관 사의를 신속히 수용한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같은 부동산 ‘내로남불’의 여론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인사 검증 부실에 대한 책임론은 피할 수 없다. LH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채 가라앉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권력 핵심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걸러내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 등록사항에 따르면 김 비서관 보유 부동산은 신고 금액만 91억 원을 넘는다. 본인과 부인 공동 소유의 14억 원 상당의 판교 아파트와 65억 원이 넘는 서울 마곡동 상가 2곳, 서울 충무로 오피스텔, 경기 광주 송정동 근린생활 시설 등 부동산 형태도 다양하다. 이 가운데 접근도로도 없는 이른바 ‘맹지’인 송정동 임야의 경우 매입 이듬해인 2018년 인근 송정지구 개발계획이 인가된 것으로 알려져 투기 의혹이 짙다. 또 부동산 매입자금의 상당 부분을 56억 원의 은행권 대출금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일반 서민이라면 과연 이런 ‘빚투’를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청와대 인사 과정에서 이런 의혹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이 무엇보다 큰 문제다. LH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청와대는 비서관급 이상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여 3월 11일 투기 의심거래가 없다고 발표했다. 청와대는 발표 20일 이후 김 비서관을 임명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통상의 검증기간을 감안하면 옹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청와대는 부동산 투기를 공직 배제 7대 기준으로 제시했을 뿐 아니라 장차관들에게 1가구 1주택을 권고할 정도로 부동산 윤리에 엄격했다. 이런 정부에서 공직자 부패를 감시하는 청와대 고위 인사가 투기 의혹으로 경질된 건 예삿일이 아니다. 인사 검증 실패를 경질과 사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번 인사 검증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시스템도 재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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