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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패소,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져선 안돼

입력
2021.06.26 04:30
23면

넷플릭스 로고 앞에 놓인 작은 인형들. 연합뉴스

넷플릭스 로고 앞에 놓인 작은 인형들. 연합뉴스

법원이 25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와 관련, 국내 통신사 SK브로드밴드(SKB)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SKB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협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 달라는 부분은 각하하고, 망 사용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 달라는 청구는 기각했다. 법원은 “계약을 체결하고 어떤 대가를 지불할지는 당사자 협상에 따라 정할 문제”라며 법원이 관여할 게 아니라고 밝혔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글로벌 공룡 기업이 서비스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 게 공정한가에 대한 판단이었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인터넷 트래픽 폭증을 유발하면서도 이에 따른 망 증설 비용 등은 부담할 수 없다며 협상조차 거부해 '무임승차'란 지적이 많았다. 넷플릭스보다 트래픽이 적은 국내 업체들이 망 사용료를 내 온 점과 대조되며 역차별 논란도 일었다. 넷플릭스는 미국과 프랑스에선 통신사에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서 넷플릭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이러한 역차별 문제를 시정할 근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망 사용료 자체에 대한 판단이 없는 건 아쉽지만 넷플릭스의 청구를 기각한 것은 사실상 수익자 비용 부담 원칙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디즈니플러스나 아마존프라임 등 해외 OTT의 국내 진출 시 망 사용료 지불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란 점에서도 평가할 만하다.

다만 넷플릭스와 SKB의 협상 결과,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지불하게 될 경우 다시 넷플릭스가 구독료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그 비용을 전가해선 곤란하다. SKB도 망 사용료를 받게 되면 이를 통신 서비스 품질과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데 쓰는 게 마땅하다. 이번 판결이 콘텐츠 제공사업자(CP)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 소비자 모두 상생하는 인터넷 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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