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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노도강' 다음은 은평? 풍선효과 타고 치솟는 집값

입력
2021.06.21 21:30
수정
2021.06.21 21:3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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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매매·전세가 연일 최고 경신
GTX-A·신분당선 등 교통 호재
공공재개발 지역은 천정부지?
"대표 저평가 지역... 기대 이어질 것"

2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의 한 부동산의 모습. 이승엽 기자

2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의 한 부동산의 모습. 이승엽 기자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가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을 거쳐 서울의 대표적인 저평가 지역인 은평구까지 옮겨가는 모양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개통, 신분당선 연장 등 교통 관련 호재와 2·4 대책으로 인한 지역 개발 기대감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KB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6월 2주차 서울 은평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56%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1위에 올랐다. 전세가격도 0.59%나 급등해, 강동구(0.56%)와 용산구(0.50%) 등을 제치고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실제 최근 은평구에선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 및 전세 신고가 경신이 잇따르고 있다. 21일 녹번역과 불광역, 연신내역 일대 부동산 10곳을 돌아본 결과, 부동산 관계자들은 "지난해 만큼은 아니지만 아파트 실거래가가 야금야금 오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은평뉴타운상림2단지 롯데캐슬의 경우, 지난달 전용면적 138㎡와 175㎡가 각각 10억8,000만 원과 10억2,953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은평뉴타운 박석고개힐스테이트1단지 112㎡ 전세가는 지난달 5억8,000만 원을 기록했는데, 두 달 새 1억 원이 넘게 올랐다.

은평구는 지난달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중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2,920만 원으로 금천구(2,627만 원)와 중랑구(2,754만 원), 강북구(2,880만 원) 다음으로 낮았다. 1년 전엔 은평구보다 낮았던 도봉구, 성북구의 평균 아파트 가격이 치솟으면서 안 그래도 낮던 순위가 더 내려갔다.

불광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은평구가 서울에서도 서쪽 변두리로 취급받아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향동지구 등 개발로 서북권 쪽으로 관심이 몰리면서 이쪽(은평구) 수요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승세를 주도한 건 GTX를 비롯한 대형 교통 호재다. 2024년 개통 예정인 GTX-A 노선은 은평구의 연신내역을 통과해 서울역과 삼성역을 지나게 된다. 여기에 신분당선 서북연장선, 서부선 및 고양·은평선 개설까지 가시화됐다.

연신내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GTX 관련 호재는 이미 가격에 많이 반영됐다고 봤는데, 상승세가 멈출 줄 모른다"며 "매물이 마르긴 했지만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4 대책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은평구 불광동 등이 지정되면서 재개발 예정지 일대의 다세대주택과 빌라 가격도 치솟았다. 연신내역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입주권을 받으려는 '업자'들이 몰리면서 최근 2년 새 전용면적 49㎡ 매매가가 1억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3배 이상 올랐다"며 "지난주에는 정부가 우선공급권 기준일을 늦추면서 주말 새 막차에 타려는 손님들로 북새통이었다"고 전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은평구는 서울에서 저평가된 대표적인 지역"이라며 "아파트 재건축은 없지만 GTX, 신분당선 등 큼직한 교통 호재와 함께 은평뉴타운과 수색역 인근이 관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2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의 한 부동산에 도심 공공주택 사업 매물을 홍보하는 게시물이 붙어 있다. 이승엽 기자

2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의 한 부동산에 도심 공공주택 사업 매물을 홍보하는 게시물이 붙어 있다. 이승엽 기자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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