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지켜보는 K드라마, 문화 감수성 좀 높입시다

입력
2021.06.18 15:48
수정
2021.06.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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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를 비하하는 장면을 내보낸 SBS 드라마 '라켓소년단'에 대한 비판에 현지 시청자뿐 아니라 정치인까지 동참하고 나섰다. '라켓소년단' 포스터. SBS 제공

인도네시아를 비하하는 장면을 내보낸 SBS 드라마 '라켓소년단'에 대한 비판에 현지 시청자뿐 아니라 정치인까지 동참하고 나섰다. '라켓소년단' 포스터. SBS 제공

SBS 드라마 '라켓소년단'과 '펜트하우스3'가 다른 문화권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장면 묘사로 뭇매를 맞고 있다. 해외 시청자도 크게 늘어난 만큼 한국 드라마가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존중하는 문화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라켓소년단'의 공식 SNS 계정에는 인도네시아 시청자들의 사과 요구가 잇따랐다. SNS 캡처

'라켓소년단'의 공식 SNS 계정에는 인도네시아 시청자들의 사과 요구가 잇따랐다. SNS 캡처


국회까지 나선 인도네시아... "국가 모욕"

문제가 된 건 지난 14일 방영된 '라켓소년단'의 한 장면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여한 극중 인물들은 "숙소 컨디션도 엉망이고, 지들은 돔 경기장에서 연습하고 우리는 에어컨도 안 나오는 다 낡아빠진 경기장에서 연습하라고 한다", "공격 실패할 때 환호는 개매너 아닌가요", "매너가 있으면 야유를 하겠냐"는 등의 대화를 나눴다. 인도네시아가 한국을 이기기 위해 일부러 낡은 숙소와 경기장을 배정하고, 현지 관중의 태도 역시 무례하다고 한 장면이다.

방송이 나간 후 "국가에 대한 모욕"이라는 인도네시아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결국 제작진은 "특정 국가나 선수, 관중을 모욕할 의도가 없었다"고 사과했지만 이미 인도네시아 시청자들의 마음은 돌아선 후다. 논란은 쉬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한류 열풍이 거센 나라 중 하나인데다 국기(國技)인 배드민턴까지 건드린 탓이다. 국회(DPR)까지 나섰다. 데디 유수프 마찬 의원은 "이 드라마가 방영되도록 통과시킨 관련 기관이 문제"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흑인 비하 지적을 받은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3'의 한 장면. SBS 방송 캡처

흑인 비하 지적을 받은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3'의 한 장면. SBS 방송 캡처


"'해외 시장'으로 접근해선 안돼... 문화에 대한 이해 높여야"

이런 논란이 처음도 아니다. 앞서 SBS는 '펜트하우스3'에서의 인종 차별적 장면으로 제작진뿐 아니라 해당 연기를 한 배우가 직접 나서 사과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방송에서 알렉스(박은석)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고유 머리 스타일인 드레드 헤어와 목 등에 문신을 한 외양, 톤 높은 영어 억양 등을 구사해 "흑인을 희화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K드라마를 전세계에서 볼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굳이 그렇게 보여줄 필요가 없는 알렉스 같은 캐릭터 묘사는 지양해야 한다"며 "제작진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 인물이 그렇게밖에 묘사될 수밖에 없다는 걸 시청자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을 통해 K드라마가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가운데 문화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다른 문화와 만나기 위해선 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해외를 '시장'으로만 접근했다면 우리와 문화적으로 만나고, 접촉하는 사람들이란 것도 염두에 두고 풍습,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깊게 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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