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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남녀 절반 "인프라 풍부한 수도권으로 이사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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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수도권의 인구는 우리나라 인구의 34%에 불과했다. 그 후 2005년에는 48%로 급증했으며, 2020년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8년 5,194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은 이러한 인구감소가 지역적으로 균등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2017년과 비교했을 때 2047년에는 경기, 세종, 충남, 제주, 충북, 인천 등 6개 시도의 인구만 증가하고, 다른 시도의 인구는 감소할 전망이다. 비수도권의 인구비중은 2020년 5월 49.8%까지 떨어졌으며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지난달 21~24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국민이 수도권 인구 집중, 지역 불균형에 얼마나 체감하고 있는지를 측정하고,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어떤 분야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인지 진단해 보았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9명(90%)이 지역 간 불균형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었으며,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도 50%에 이르렀다. 심각성을 특히 더 절감하고 있는 쪽은 비수도권 거주자들이었다.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은 비수도권 거주자(58%)가 수도권 거주자(42%)보다 16%포인트 높았다.
지역 불균형이 야기할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응답자 10명 중 9명(90%)이 ‘수도권 과밀 현상으로 부동산 과열이 심화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고, ‘국가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85%에 달했다. 또한 ‘지역 특색과 다양성의 소멸’을 걱정하는 응답 비율도 79%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역 불균형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61%가 부정적으로 전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간 불균형 원인으로는 ‘수도권에만 집중된 양질의 일자리’(73%)와 ‘수도권의 편리한 교통 및 기본 생활시설’(5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지방에는 의료, 사회복지 서비스가 부족해서’(23%), ‘저출산과 고령화’, ‘지방에 문화여가 생활을 즐길 거리가 부족해서’(이상 16%) 순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교통체계, 인프라 등 핵심적인 생활 여건상 격차는 지역 간 삶의 만족도 차이로 이어졌다. 거대 광역도시권을 형성하고 있는 서울, 부산·울산·경남에 비해 대구·경북권, 충청권, 호남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지역 비전에 대해 비관적으로 전망하며 소외감과 차별대우를 느끼고 있었다.
지역 불균형이 초래한 삶의 만족도 격차는 거주 이전 의향으로 이어지며, 수도권 인구 집중을 가속화시킨다. 응답자 절반 이상(52%)이 ‘기회가 되면 다른 특·광역시로 거주를 이전하고 싶다’고 답했는데, 이전하고 싶은 지역으로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꼽은 응답이 절반 이상(52%)을 차지했다. 서울, 경기, 인천의 거주 이전 희망자 중 61%가 같은 수도권 내로 거주를 이전하고 싶다고 답했을 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지역의 거주 이전 희망자 중에서도 41%가 수도권으로 거주를 이전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응답자들은 ‘교통체계가 더 잘되어 있는 곳에서 살고 싶어서(32%)’, ‘더 나은 문화·여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32%)’, ‘일자리 여건의 개선을 위해서(31%)’ 등 삶의 편리함과 경제적 요건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지역 불균형 원인과 유사한데, 그만큼 비수도권에 양질의 일자리와 교통체계, 기본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반면 비수도권으로 거주를 이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주로 꼽은 이유는 ‘해당 지역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47%)’, ‘자연환경의 위험으로부터 더 안전한 생활을 위해서(36%)’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어떤 분야에 주력해야 할까? 개선 노력이 가장 필요한 분야는 단연 일자리(매우 필요하다 57%)였다. 이어 교통체계 편리성(매우 필요하다 48%), 의료복지(매우 필요하다 43%), 교육환경(매우 필요하다 4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할지를 물은 결과, ‘지역 산업 진흥을 위한 투자와 개발’이라는 응답이 31%로 가장 많았고, ‘대기업의 지방 이전’(28%), ‘지방의 교통체계 정비’(26%) 등이 뒤를 이었다. 지역 산업에의 투자와 대기업 지방 이전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가 다수 창출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3가지 핵심 균형발전 정책(국가균형발전·지역균형뉴딜·초광역협력을 골자로 하는 ‘지역주도성 강화’, 지자체-대학 협력·문화관광도시 지정·농산어촌 정주여건 개선 등을 담은 ‘삶의 질 향상’, 혁신도시 시즌2·상생형 일자리와 같은 ‘지역혁신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3가지 정책 모두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잘하고 있다는 평가보다 높았으며, 특히 지역혁신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부정 평가가 절반에 육박했다(50%). 지역주도성 강화와 삶의 질 향상은 응답자 5명 중 1명이 잘 모른다고 답했다(각각 21%, 18%).
개선 노력이 가장 필요한 영역이었던 일자리는 부정 평가가 절반에 가까웠고, 그다음으로 노력이 필요한 분야로 꼽혔던 의료복지 개선은 3가지 핵심 균형발전 정책의 세부 내용에서조차 누락되어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과 실제 국민의 정책적 수요 간에 괴리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지역 균형발전에 보다 실효성 있는 촘촘한 일자리 정책과 의료복지 개선을 위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응답자 10명 중 8명(79%)은 지역 불균형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역할이 중요한 주체로 중앙정부를 꼽았다. 특히 1순위만 놓고 보면 10명 중 6명 이상(62%)이 중앙정부의 역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방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응답도 각각 51%, 45%였다.
대한민국 전체 국토의 약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살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더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려가는 현상은 국가의 균형발전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 인구 집중이 심화할지, 아니면 지역 산업의 진흥과 좋은 일자리 창출, 인프라 확충을 통해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우리나라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이나 지역 불균형 문제의 해결 가능성에 대해 여론 자체는 부정적이지만 정부와 지자체, 국회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만큼 정책 결정자들이 막중한 책임감과 의지를 갖고 균형발전에 힘을 쏟아야 할 시점이다.
구정태 한국리서치 여론1본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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