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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하임리히의 공과(功過)

입력
2021.06.16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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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 복부압박법(하임리히법)

헨리 하임리히는 '하임리히법' 등으로 생명구조에 크게 기여했지만, 만년의 그는 '말라리아법' 등 무모한 제안으로 스스로 평판을 떨어뜨렸다. 위키피디아

헨리 하임리히는 '하임리히법' 등으로 생명구조에 크게 기여했지만, 만년의 그는 '말라리아법' 등 무모한 제안으로 스스로 평판을 떨어뜨렸다. 위키피디아

음식이나 이물질을 삼켜 숨을 못 쉬는 기도폐쇄 환자의 응급조치법을 '하임리히법(Heimlich maneuver)'이라고 한다. 환자 뒤에서 겨드랑이 안쪽으로 두 팔을 넣어 감싸안은 자세로 환자의 명치와 배꼽 중간지점을 주먹으로 강하게 압박함으로써, 환자의 폐 속 공기압으로 이물질을 토하게 하는 방법이다. 미국 흉부외과 의사 헨리 하임리히(Henry Heimlich, 1920~2016)가 이 방법을 1974년 6월 16일 미국 '응급의학저널(The Journal of Emergency Medicine)'에 발표했다.

1970년대 초 기도폐쇄는 돌연사 6대 원인 중 하나로, 미국에서만 한 해 약 4,000명이 이로 인해 숨졌다고 한다. 목숨을 건지더라도 뇌 산소 공급 차단으로 뇌 손상 등 회복 불능의 후유증을 앓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장난감 등을 삼킨 어린이들의 피해 사례가 특히 잦았다.



당시 미국적십자사와 심장의학회가 권한 방법은 환자의 몸을 지면과 수평으로 숙이게 한 뒤, 등 어깨뼈 중간 지점을 힘껏 가격해 이물질이 튀어나오게 하는 거였다. 의학회는 하임리히의 제안을 탐탁지 않아 했다. 강한 압박으로 장기가 손상되고 갈비뼈가 부러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하임리히법의 효과가 잇달아 알려지면서 적십자사도 1976년 하임리히법과 기존 방법을 병행하도록 권장했고, 1986~2005년엔 하임리히법만 쓰도록 홍보했다. 2006년 이후엔 1986년 이전 방법으로 되돌아갔다. 하임리히법으로 목숨을 구한 이는 미국에서만 10만 명이 넘는다. 공식 명칭은 '복부 압박(abdominal thrust)법'이다.

하임리히는 1960년대 가슴에 관을 꽂아 흉막 내 혈액과 공기를 제거해 호흡을 돕는 '하임리히 밸브'를 고안해 베트남전쟁 당시 부상 군인 치료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1980년대 암환자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에게 말라리아를 의도적으로 감염시키면 인체 면역체계가 자극받아 치유에 도움을 준다는 등의 무모한 제안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감행한 실험으로 의료·인권단체의 비난을 샀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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