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아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가 이어진다. 공식적으로 정계 진출을 밝히지 않고서도 대선 주자 지지율이 늘 수위에 꼽히는 기이한 일이 수개월째다. 윤 전 총장으로서야 검증을 최대한 늦추는 게 대선으로 가기 위한 유리한 전략이라고 판단했을지 모르나 전면에 나서지 않고 메시지만 내는 것은 당당하지 않은 행동이다. '간보기 정치'를 그만두고 출마 선언을 해서 정치력을 보이고 국민의 검증을 받기 바란다.
3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겠다”며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후 윤 전 총장은 “5·18은 독재에 대한 거부와 저항”이라는 메시지를 언론에 밝히며 장외 정치를 시작했다. 이어 전문가들을 만나 청년실업, 골목 상권, 반도체 등에 대해 공부하며 대통령 수업을 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렸다.
그는 최근 사법부 판결을 앞둔 장모의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에 대해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10원 한 장 받은 것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권성동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을 잇따라 만나면서 입당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이 검찰 재직 시 개입 없이 장모의 사법처리가 엄정하게 이뤄졌는지 여부는 중대한 검증 대상이고 국민의힘 입당은 그의 정치 인생을 가늠할 주요 결정인데도 제3자의 입을 통해 대중에 알리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이제 윤 전 총장을 정치인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다. 그는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국립 현충원을 찾아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적었다. 등판 시기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이제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그에 책임지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 국민 입장에서는 당연히 유력 대선 주자를 꼼꼼히 따져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검증은 피하고 지지율만 얻겠다는 계산이라면 큰 정치인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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