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의혹을 수사 중인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가 2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3월 시민단체가 내부정보를 이용한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을 폭로한 이후 합수본이 꾸려져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84일 만이다. 합동조사단의 수사 의뢰, 자체 첩보로 인지한 사건 등 이 기간 수사 대상에 오른 이들만 약 2,800명이고 이 중 20명이 구속되는 등 전방위적인 수사가 이뤄졌다. 무엇보다 핵심 정보를 쥔 공직자들의 투기 행각은 내 집 마련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준다.
합수본 출범의 계기가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우 직원 77명이 수사를 받았는데 LH와 별개로 내ㆍ수사된 공직자는 350여 명에 이른다. 전직 차관급 기관장과 기초단체장, 실무 담당 직원들까지 여러 공직자가 내부 정보를 활용해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수사 대상인 국회의원이 13명, 3급 이상의 고위공직자는 9명이라고 한다. 투기 의혹자에 대해서는 지위를 불문한 수사만이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다는 점을 수사당국은 명심하기 바란다.
소문대로 신도시 예정지 일대에선 탈법적인 부동산 투기가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드러났다.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경기 하남, 광명, 시흥 등지에선 배우자와 직원 명의로 여러 개의 기획부동산을 운영하면서 무직자에게 수십억 원의 토지거래 수수료를 준 것처럼 위장하고 이를 돌려받아 탈세하거나,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그린벨트 내 건축물 신축권리를 사들이는 투기꾼 등이 적발됐다. 국세청은 이들에게 534억 원을 추징하고 탈세 의심이 가는 360여 건에 대해서도 탈세 여부를 꼼꼼히 검증하겠다고 한다. 조사 지역과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검토하기 바란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하면 반드시 패가망신한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보여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공정과 정의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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