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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거대한 공간을 경험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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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원점(水準原點)을 기준으로 가장 광역의 수직 공간을 경험한 인간은 미국 해양지질학자이자 우주비행사 캐서린 설리번(Kathryn D. Sullivan, 1951~)이다.
그는 1984년 10월 미항공우주국(NASA) 왕복선 챌린저호를 타고 미국 여성 최초로 3.5시간 우주를 유영한 것을 비롯, 1993년 은퇴할 때까지 532시간 동안 절대기압(진공)의 무중력 공간을 체험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7일, 미국 월스트리트 자본가이자 모험가인 빅터 베스코보와 함께 특수심해 잠수정 '리미팅 팩터(Limiting Factor)'를 타고, 지구의 가장 바닥인 서태평양 마리아나해구 챌린저해연 수심 1만928m 지점까지 잠수했다. 지표 기압보다 약 1,000배가 무거운 수압(1,000기압)의 그 절대공간에 이른 인간은 그를 포함 모두 8명. 여성은 그가 최초였다.
두 지점의 수직거리, 즉 지상 408.7km와 수심 10.9km를 합하면 약 420km에 달한다. 아마 인류의 99%는 지표면 기준 10km 안팎에서 생을 보낼 테고, 항공기를 타보지 않은 이라면 2km 너머를 가본 이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모험의 스케일이 영혼의 스케일을 좌우하는 건 아닌 모양인 게, 2019년 4월 심해 탐사 동료인 베스코보가 '인간으로선 가장 깊은 깊이를 경험했다'고 자랑하자 2012년 챌린저해연 1만898m를 잠수한 영화 '타이타닉' 감독 제임스 캐머런이 발끈해서는 "나도 같은 깊이였다"고 항변한 일이 있었다. 반면, 가장 넓은 원주율의 지구를 경험한 직후, 설리번은 '시각적 장엄미를 따진다면 우주가 심해보다 앞서겠지만, 지구 생명의 다양성과 풍부함에 대한 상상력을 확장하고 싶다면 바다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캐서린 설리번은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대와 캐나다 댈하우지(Dalhousie)대에서 해양지질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NASA를 거쳐 미국립해양대기청(NOAA)과 민간기업, 미고등과학위원회 위원, 오바마 행정부의 대기 해양 환경 자문위원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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