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론 강가의 그들

입력
2021.06.02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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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PLO의 어제와 오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인정' 선언에 따른 반미 시위가 한창이던 2017년 12월의 레바논 팔레스타인 난민캠프. 오른쪽 포스터의 얼굴이 PLO 전 의장 아라파트다. EPA 연합뉴스 /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인정' 선언에 따른 반미 시위가 한창이던 2017년 12월의 레바논 팔레스타인 난민캠프. 오른쪽 포스터의 얼굴이 PLO 전 의장 아라파트다. EPA 연합뉴스 /

4인조 디스코그룹 보니엠(Bonny M)이 1978년 다시 불러 유명해진 '바빌론 강가에서(Rivers of Babylon)'는 구약 시편 구절을 가사화한 노래다. "우리가 바벨론 여러 강변 거기 앉아서 시온을 기억하며 울었도다.(...) 여호와여 예루살렘이 해받던 날을 기억하시고 에돔 자손을 치소서"(성서공회 개역한글 시편 137)

유대 역사에서 지금의 이스라엘은 모세의 출애급 이래 사울과 다윗, 솔로몬이 통치한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영토다. 시오니스트들은 20세기 국제사회로부터 그 땅을 되돌려 받았다고 여긴다. 1917년 영국 외무장관 아서 밸푸어의 이른바 '밸푸어 선언', 2차대전 후 유엔총회의 팔레스타인 아랍·유대인 분리 독립 결의가 그것이다.

고대 히브리의 두 나라 이스라엘과 유다 왕국은 기원전 10세기 각각 아시리아와 신바빌로니아에 의해 멸망했다. 예루살렘을 점령한 신바빌로니아는 성전을 파괴하고 유대인들을 노예화했고, 그렇게 끌려간 이들이 현 이라크 수도 남부를 흐르는 유프라테스강 강가에서 부른 설움과 울분의 노래가 저 시편 구절이다.

이후 그 땅은 페르시아와 로마를 거쳐 동로마 시절부터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무슬림 팔레스타인인과 소수의 유대인은 1차대전으로 오스만제국이 사라지고 영국이 위임 통치(1920~1948)할 때까지, 수난의 약자로서 그 땅에서 공존했다. 그 질서를 양차대전 전승국들이, 사실 영국과 미국이 멋대로 휘저은 거였다.

1948년 건국한 이스라엘은 유엔 영토 분할안에 아랑곳 않고 압도적 군사력과 외교력으로 '에돔'의 자식도 아닌 이웃의 영토를 잠식했고 무력, 테러로 맞서던 팔레스타인인들은 1964년 6월 2일에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꾸렸고, 국제사회로부터 자치정부 지위를 인정받은 건 1994년이었다. 현재 PLO는 투쟁 노선의 하마스와 영토와 권력을 쪼개 가진, 사실상 분단 식민지의 허울뿐인 정부로 명맥을 잇고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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