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흔든 이준석표 '공정'은 합리적 개혁인가 분열의 씨앗인가

입력
2021.05.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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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논쟁적 공약'으로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그의 핵심 공약은 ①공정한 대선 관리 ②공정한 공천 ③공정한 당직 선발 등 3가지다. MZ세대(밀레니엄+Z세대·1980~2000년대생)가 원하는 공정한 기회·경쟁·보상 등을 핵심 가치로 한국의 정당정치 시스템의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이준석표 공정'을 둘러싼 당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계파 합종연횡이나 밀실 공천 등의 폐습을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시각이 있다. 반면 그가 내세운 '무한 실력주의'는 포용보다 갈등의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대교체' 이상의 의미로 확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엄존한다.

이준석 식 비전은 '공정 경쟁·능력주의'

이 전 최고위원은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6·11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가 된다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 선출 과정은 개방과 공정 경쟁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라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당 밖의 대선 주자들에게도 문을 열어놓되, 특정 주자에게 유리한 룰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의 대선 전략은 "야권 대선주자가 되고 싶으면 공정한 경쟁을 통해 능력을 검증 받으라"는 것이다. 당권 경쟁자인 중진 의원들이 차기 대선의 '필승 전략'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높은 지지율의 외부 주자 영입을 위해 경선 일정과 룰 변경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공천 자격시험제 도입도 파격적인 방안이다. 공직 후보자로 나서려는 당원은 △자료해석 △독해 △컴퓨터 활용 △표현력 등 능력시험을 봐야 하고, 역량이 미흡하면 교육을 실시한다는 구상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젊은 세대는 노량진에서 9급 공무원에 임용되려 2~3년간 수험 기간을 거치는데, 우리 당도 그에 준하는 노력을 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주요 당직도 공개 경쟁 선발 제도를 제안했다. 연공서열과 계파 줄 세우기로 당직을 채우는 관행에서 벗어나 △토론대회 △연설 대전 △정책 공모전 등을 통해 '능력 중심' 선발을 강조한 것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스1


지나친 능력주의는 "포용엔 한계" 비판도

이 전 최고위원의 실험이 기성정치 문법을 깨는 것만으로도 정치권 전반에 걸친 개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공개 경쟁 도입은 당 대표의 권한 축소를 의미하는데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정치개혁 과제 중 하나가 기득권 내려놓기"라고 말했다.

반면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공천 대상자에 자격 시험을 도입하거나 당직 공개경쟁선발 등은 정치권에서 유례가 없었던 일"이라면서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전통적으로 중진들이 맡던 사무총장 등의 역할은 누가 맡을지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의 조직과 자금, 공천 등을 총괄하는 역할에는 경륜을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론이다.

또 지나친 능력주의는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그가 젠더·세대 갈등을 자양분으로 2030대 남성을 중심으로 지지를 확장해온 방식에 대한 우려와 맞닿아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당장은 '변화' 등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겠지만, 차기 대선을 앞두고 당 안팎의 다양한 견해들을 포용하고 중재하는 데 한계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가 당 대표로 당선되더라도 그 이후가 더 문제일 수 있다는 우려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처럼 '엘리트주의' 관점에서 볼 때 당내 비주류 이야기는 가치 없는 얘기가 될 수 있다"며 "설익은 실험으로 당이 혼란에 빠지면 대선 승리는 오히려 멀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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