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은 내정, 간섭 용납 못 해" 韓美에 발끈, 수위는 조절

입력
2021.05.24 19:3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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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외교부 "외부 세력 간섭 용납 못 해" 우려
싱하이밍 주한 대사도 "中 겨냥 안다" 직격
"격앙은 아냐"... 미일 성명 때보다 수위 낮아
靑 관계자 "중국, 한국 처한 입장 이해한다"

마스크를 벗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위 사진). 지난달 16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만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를 둔 채 주먹인사를 나눴다. 청와대 제공, 일본 총리관저 트위터

마스크를 벗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위 사진). 지난달 16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만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를 둔 채 주먹인사를 나눴다. 청와대 제공, 일본 총리관저 트위터

21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처음 언급된 것과 관련, 중국 정부가 “내정 간섭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발끈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도 “(성명은) 중국을 겨냥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만 통상적으로 대처하던 수준을 넘어선 격한 반응은 아니었다. 외교 소식통은 24일 “한미정상회담에서 가장 민감한 대만이 등장했는데 중국이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격앙이라기보다는 우려를 표명하는 수준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지난달 미일정상회담 성명에 비해 중국 측 대응 수위가 다소 낮다는 것이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순수한 중국 내정이고 주권과 영토에 관한 문제”라면서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국가들은 대만 문제에서 언행에 신중해야 하며 불장난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미관계 발전은 지역 평화 촉진에 도움이 돼야지 반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그는 공동성명에 함께 적시된 남중국해 이슈에 관해서도 “각국이 국제법에 따라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누리고 있어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싱 대사 역시 이날 서울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개최된 ‘중국공산당 100년과 중국의 발전’ 세미나에 참석해 취재진과 만나 “한미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중국이라는 말이 없어도 중국을 겨냥한 것을 다 안다. 아쉽게 봤다”고 말했다. 현지 대사로서 발언을 자제하겠다고 했으나 대만해협, 남중국해, 쿼드(Quad) 등 성명에 담긴 내용을 조목조목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유감의 뜻을 표했다. 특히 대만해협은 “중국 내정 문제”, 남중국해는 “중국과 주변국 문제”라고 일축했다. 공동성명 발표 직후 청와대가 한국의 입장을 별도로 설명했을 때에도 중국 측은 불쾌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미 정상은 회담 후 공동성명을 통해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양국이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를 직접 거론한 건 처음이었다.

다만 지난달 16일 미일정상회담 때와 비교하면 중국 정부의 반발 강도가 약한 수준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미일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대만 외에 홍콩과 신장위구르, 티베트, 남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가 함께 거론됐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토요일 오후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중국의 내정을 거칠게 간섭하고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한미 공동성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은 이틀이 지나서야 나왔다. 중국 매체들의 반응도 “내정 간섭”이라는 표현에서 더 강도를 높이지는 않았다. 다른 소식통은 “한중 관계는 원만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게 중국의 기본 인식”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중국과는 양국 대사관을 매개로 상시적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외교부 대변인 발표 등을 통해 중국 측 입장이 공개됐지만, 한국이 처한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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