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 원으로 불리며 번식장에서 출산 반복한 비숑, 몰티푸

입력
2021.05.23 14:16
[가족이 되어주세요] 290. 3~5세 추정 이곤이, 5~6세 추정 쟈스민
“이거 하나는 80만 원짜리고, 이건 15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어.”

불법 번식장에서 눈이 보이지 않은 채 구조된 이곤이(왼쪽)와 쟈스민.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 1월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에 있는 한 불법 번식장에서 새끼 강아지들을 향해 번식업자가 한 이야기입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이곳에서 이름이 아닌 가격으로 불리며 임신과 출산을 반복해 온 개 총 113마리를 구조했는데요. 모두 포메라니안, 푸들 등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품종견이었습니다.

번식장 비닐하우스 내에는 개 발이 쑥쑥 빠지는 뜬장이 늘어서 있었고, 바닥에는 배설물이 수북이 쌓여 있었죠. 뜬장이 아닌 바닥 견사에도 오물이 가득했습니다. 개들은 그 안에서도 그나마 몸을 누일 수 있는 밥그릇 안에 들어가 있었죠. 개들은 제대로 관리받지 못해 대부분 자궁 축농증, 피부병, 안과 질환 등 여러 질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번식장 내 밥그릇 안에 앉아 있는 개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구조 후 개들은 동물자유연대 보호소인 ‘온센터’에 들어왔는데요, 밥을 챙겨줘도 뒷걸음질 치거나 허겁지겁 먹기 바빴다고 합니다. 활동가 이민주씨는 “번식장에서 자신의 새끼를 빼앗기며 살아왔기 때문에 사람에게 두려움이 앞서는 건 당연할지 모른다”며 “대부분 온순한 성격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을 따르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오물이 가득한 곳에서 번식을 위해 길러지던 개. 활동가들이 다가가도 체념한 듯 등을 지고 앉아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이곳에서 구조된 비숑프리제 이곤이(3~5세 추정?암컷)와 몰티푸(몰티즈와 푸들의 혼종견) 쟈스민(5~6세 추정?암컷)은 눈이 보이지 않은 채 번식견으로 살아와야 했습니다. 이곤이의 경우 선천적 시력 상실로 추정되는데요. 둘 다 눈이 보이지 않는 것 빼곤 다행히 건강에 큰 문제가 없고,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고 해요.

선천적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곤이지만 소리와 냄새로 상황을 파악하며 씩씩하게 지내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이곤이와 쟈스민은 뜬장을 벗어난 이후 한 걸음 내딛는 것도 조심스러워했습니다. 그래도 이젠 적응을 해서인지 제법 당당한 발걸음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이민주씨는 “이들은 활동가들이 다가가면 소리와 냄새로 활동가를 찾고, 찾은 다음에는 온몸을 비벼대며 사랑을 표현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많은 개들과 지내다 보니 다른 개와 부딪히기도 하고, 활동가를 쫓아오다가 방향을 잃기도 한다고 해요.

쟈스민은 눈이 보이지 않지만 소리와 냄새로 활동가를 찾고, 찾은 다음 온몸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가 이곤이와 쟈스민의 시선으로 이들을 위해 만든 일러스트. 동물자유연대 제공

좁은 철창에서 수년 동안 눈이 보이지 않은 채 임신과 출산을 반복해야만 했던 이곤이와 쟈스민이 이제 철창을 나와 발걸음을 떼고, 사람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고 있습니다. 이곤이와 쟈스민이 뜬장과 보호소가 아닌 한 가정의 반려견으로 살아갈 날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입양문의: 동물자유연대

https://www.animals.or.kr/center/adopt/56095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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