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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회장 퇴진, 기업 사회적 책임의 무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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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지난달 13일 남양유업이 자사 유산균 음료에서 코로나19를 낮추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하자, 질병관리청은 인체 대상 연구가 아니어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후 남양유업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생산공장 영업정지 처분과 경찰 수사가 한꺼번에 진행되며 최악의 위기에 몰리자 결국 마지막 카드를 꺼낸 것이다.
홍 회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를 통해 2013년 대리점 갑질, 외조카 마약, 지난해 경쟁사 비방 댓글 등 지난 잘못을 거론하며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필요한 조처를 해야 했다”고 후회했지만, 너무 늦은 깨달음이었다. 그는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이던 장남이 지난달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해임된 처지여서 차가운 여론이 바뀌길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날 이광범 대표이사도 사퇴해 남양유업은 경영진 공백 상태가 됐다.
홍 회장 사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비자 기대치가 얼마나 높아졌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다. 기업은 이제 일자리를 만들고 질 좋은 제품을 값싸게 공급하는 것만으로 지속하기 어렵다. 환경경영 윤리경영 그리고 사회 공헌과 노동자 지역사회 등 사회 전체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 남양유업을 비롯해 최근 사행성 논란에 휩싸인 게임업체나 사주 가족의 갑질 논란을 빚은 몇몇 기업들은 불매운동으로 큰 손해를 보고 있다. 반면 사회적 책임을 다해 좋은 평판을 얻은 기업은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홍보해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이 경영 성과도 높다는 점이 입증되면서, 이런 기업을 골라 투자하는 ‘ESG 투자’는 이미 세계적 추세다.
홍 회장은 “회사의 성장만을 보며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업인의 이런 후회는 그가 마지막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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