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일부는 자원자'…日 우익 시각 담은 美 대학 교재 출간 논란

'선급금 계약에 팔려'… 램지어 논문과 닮은꼴

지난해 12월 미국 대학 교재 용도로 출간된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형성: 한국사'. 코넬라 아카데믹 퍼블리싱 홈페이지 캡처

미국에서 출간된 한 한국사 대학 교재에 '일본군 위안부는 부모의 빚을 갚기 위해 선급금 계약을 하고 스스로 몸을 판 여성'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다. 위안부 문제를 '자발적 계약'으로 규정해 공분을 산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과 판박이 주장이 대학 교재 형태로 출판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이진희 미 이스턴일리노이주립대 사학과 교수가 2일(현지시간) 공개한 미국 교재 전문 출판사 코넬라 아카데믹 퍼블리싱의 홍보 내용을 통해 알려졌다.

이 출판사가 홍보한 해당 교재는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형성: 한국사(The Making of Korea in East Asia: A Korean History)'라는 제목의 책으로 일본계 미국 학자인 치즈코 앨런 하와이대 박사가 지난해 12월 1일 출간했다. 고조선부터 21세기까지 한국의 역사를 다뤘다.

앨런 박사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 시기 상황에 대해 "1930년대 조선인 매춘 중개인들은 더 많은 수익을 거두기 위해 조선인 매춘부를 만주와 일본, 중국으로 보냈다"며 "일부 여성은 조선인 중개인에게 속거나 납치를 당하기도 했지만, 나머지 여성은 스스로 몸을 팔거나 가부장제도에서 가장의 빚을 갚기 위해 선급금을 받고 2, 3년 동안 매춘을 하겠다는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기술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도 "일본군이 1930년대 말부터 1945년까지 중국과 동남아시아, 태평양의 전쟁 지대에서 필요한 위안부를 모집할 때도 중개업자들이 가난한 조선인 가족들로부터 여성을 알선하는 방식이 사용됐다"는 논리를 폈다.

앞서 지난해 말 위안부 문제를 '매춘업자''와 ''예비 매춘부' 간 계약 행위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과 닮은꼴이다.

앨런 박사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도 "조선인들은 문화적 성장과 낙관주의의 시대를 계속해서 향유했다"고 기술하는 등 일본 우익의 시각을 반영했다. '아시아 역사 시리즈'로 기획된 이 교재는 현재 아마존·반스앤드노블닷컴 등 미국 유명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앨런 박사는 최근 일본 우익 학계와 연계해 적극적 활동을 펼쳐 온 학자다.

그는 2016년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와 박유하 세종대 교수를 인용한 위안부 논문을 일본 '모럴로지 도덕 교육재단'의 역사 왜곡 단체인 '역사인식문제연구소'에 발표하고, 비슷한 내용의 주장을 국제 학회에서 발표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