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헌과 미술품 기증 평가할 만
가족 유산 배분도 합리적인 결정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이 고 이건희 회장 유산에 대한 상속세 12조 원에 대한 납부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가 28일 유족을 대신해 발표한 데 따르면, 유족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라며 12조 원 이상의 상속세를 연부연납제도를 통해 이달 말부터 5년 동안 나눠내기로 했다. 아울러 유족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 유산 중 1조 원을 의료공헌 형태로 사회에 환원하고, 관심을 모았던 3조 원 규모의 ‘이건희 컬렉션’ 대부분을 국립박물관 등에 기증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상속세와 사회환원, 기증 미술품 추정액을 합쳐 약 16조 원에 이르는 이번 납세 및 사회환원 계획에 대해 “고인의 유산 추정액 60%가량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삼성전자 4.18%와 삼성생명 20.76% 등 고인의 유산인 삼성 계열사 지분이 유족들에게 어떻게 나눠 상속될지도 관심을 모았으나 발표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사회환원기금 1조 원을 통한 의료공헌은 고인의 생전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이다. 고인은 2008년 차명계좌를 통한 조세 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됐을 당시 1조 원가량을 사회에 환원해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1조 원 중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에 5,000억 원, 국립감염병연구소 기기 및 연구 지원에 2,000억 원,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 3,000억 원을 내기로 했다.
이번 사회환원이 파격으로 여겨지는 건 국보 14점, 보물 46점 외에 세계적인 미술품 다수가 포함된 총 2만3,000여 점의 ‘이건희 컬렉션’ 기증 때문이다. 컬렉션 기증은 사회환원 약속 대상도 아니었다. 그래서 미술계에선 추정가 3조 원에 달하는 미술품의 문화적 가치를 감안해 상속세 물납으로 처리해서라도 국내에 보유될 수 있도록 선처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족은 이번에 컬렉션 대부분을 사회에 무상 기증함으로써 고인의 유지와 명예를 지키는 결단을 한 셈이 됐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 불법 혐의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나온 이번 계획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삼성 오너 일가가 적어도 정상 납세와 적극적 사회 기여를 더는 회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만은 충분히 긍정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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