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접종 멈춘 '얀센 백신' 갑자기 옹호한 트럼프... 왜?

입력
2021.04.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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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백신 중단 결정 이용해 바이든 비판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얀센 백신 권하자" 제안도
"백신 접종 권장, 정치인보다 전문가에게 맡겨야"

2월 28일(현지시간)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퇴임 후 첫 공식 행사였다. 올랜도(플로리다)=로이터 연합뉴스

2월 28일(현지시간)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퇴임 후 첫 공식 행사였다. 올랜도(플로리다)=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바이오테크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접종 일시 중단을 선언한 미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결정을 공개 비판했다. "FDA가 그들의 친구 화이자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있다"며 급기야 'FDA-화이자 커넥션' 음모론까지 꺼내고 나섰다.

그런데 오히려 이 주장에 미국 주류 자유주의 성향 네티즌들이 환호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안 맞을 자유"를 주장하며 음모론과 회의론을 제기하던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동안 백신 음모론과 맞서던 전문가 집단이 역설적으로 트럼프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바이든 정부 비판하려 얀센 백신 옹호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3일 성명을 통해 조 바이든 정부와 미국 식품의약국의 얀센 백신 접종 중단 결정을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3일 성명을 통해 조 바이든 정부와 미국 식품의약국의 얀센 백신 접종 중단 결정을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얀센 백신의 접종 일시 중단 결정을 내린 보건 당국과 이를 허용한 바이든 정부를 비판했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공유한 성명에서 "바이든 정부는 FDA와 CDC가 존슨앤드존슨 백신의 접종 "중단"을 발표하도록 허용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매우 컸지만 이제는 그 평판이 영구한 도전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FDA의 결정이 "정치적 동기로 이뤄졌거나, 어쩌면 그들의 친구인 화이자의 제안에 따랐을 수도 있다"며 음모론을 펼쳤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승인이 지난 2020년 대선 직후에 이뤄졌다는 것을 근거로 FDA가 자신과 반대되는 미국 주류의 이해를 반영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여러 종 백신 있지만, 구분 없이 접종 심리 타격 우려"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접종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왼쪽)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접종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왼쪽)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은 미국 보건당국 결정 이후 일부 전문가들이 내비치는 두려움과 어느 정도는 일맥상통한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존슨앤드존슨(얀센)과 아스트라제네카(AZ) 등이 아닌 mRNA 백신 6억 회분을 확보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얀센 백신의 접종이 중단되더라도 백신 접종 자체에 큰 차질을 빚지는 않을 거라는 의미다.

얀센과 AZ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방식' 백신인데 공통되게 혈전 증상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에 이 방식에 관한 조사에 돌입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mRNA 백신도 면역 반응으로 인한 증상을 유발하기는 하지만 혈전 증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얀센 백신은 현재 미국 백신 접종량의 5% 정도 비중을 차지한다. 대부분은 화이자와 모더나다. 또 제3의 방식이라 볼 수 있는 노바백스와 사노피 등 '단백질 백신'도 곧 개발이 완료된다.

하지만 FDA의 백신자문위원회를 이끄는 아널드 몬토 자문위원장 대행은 이번 결정이 코로나19 백신 전체에 대한 접종 심리를 나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시민들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mRNA, 단백질 등) 다른 형태의 백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얀센 접종 중지 결정이) 백신 접종을 추진하는 데 심리적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백신 소통, 전문가에 맡겨라"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델라노에서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바이오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이날 미국 보건당국은 이 백신의 접종 일시중단 방침을 밝혔다. AFP 연합뉴스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델라노에서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바이오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이날 미국 보건당국은 이 백신의 접종 일시중단 방침을 밝혔다. AFP 연합뉴스

일부에선 아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이용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의 한 이용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은 최소한 백신 음모론보다는 낫다"며 "존슨앤드존슨 백신을 진정한 보수의 백신으로 포장해 트럼프 지지자들의 접종률을 올리자"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이들 가운데 트럼프 지지자가 많기 때문이다.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과 공화당 지지층일수록 백신 접종을 거부하겠다고 응답하는 성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신 접종을 권장하면 이들이 서둘러 접종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SNS 페이스북상의 '백신 거부 음모론'을 연구해 온 카네기멜런대 연구진은 "백신 거부자들에게 접종을 설득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지역 보건전문가의 권고"라고 했다.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유명인보다는 의사와 간호사가 접종을 권하는 것이 백신 접종을 설득하는 데 가장 효과가 높다. 정치인을 인용해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것은 오히려 가장 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몬토 위원장 대행도 "백신 접종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소통인데, 그 역할은 정치가가 아닌 과학자가 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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