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일 반도체협회 회장단과 간담회를 열어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관련 이슈를 논의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부터 미ㆍ중 반도체 패권전쟁 상황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산업이 미증유의 격동기를 맞고 있음에도 정부 차원의 대응이 미약하다는 비판을 의식한 행보다. 뒤늦었지만 정부와 업계가 상황 극복의 지혜를 모으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낮은 기술 수준의 저수익 제품으로 주로 대만 TSMC와 중국 SIMC 같은 파운드리(위탁제조) 업체가 글로벌 공급을 전담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동차 수요 위축을 예상하고 생산라인을 대거 축소했다가 자동차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살아나는 바람에 공급 부족이 빚어진 것이다. 국내에서도 울산, 충남 아산의 현대차 쏘나타 및 그랜저 생산공장이 휴업에 돌입하는 등 파장이 현실화하고 있다.
미ㆍ중 반도체 패권전쟁은 훨씬 복잡한 난제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 내 독자적 공급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해외 생산업체들의 미국 내 투자를 종용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희토류 등 반도체 소재 금수 같은 보복조치를 강구하는 한편, 우리 업계의 협력을 바라고 있다. 미국이 12일 백악관 반도체 공급 회의에 삼성전자를 초청한 것이나, 최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우리 측에 반도체 협력을 요청한 사실은 우리가 처한 미묘한 상황을 잘 암시한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문제는 업계와 함께 정부의 통상외교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반도체 패권전쟁은 슈퍼사이클을 앞둔 상황인 만큼, 국내외 설비투자 확충 및 기술역량 제고의 계기로 활용할 경우,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업계가 이날 국내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확대, 인재 양성 및 공급, 국내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 지원, 정부의 반도체 외교 지원 등을 요청한 배경이기도 하다. 격동을 기회로 살릴 정부와 업계의 지혜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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