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AZ와 혈전 관련성 인정했다?...전문가 말 들어 보니

입력
2021.04.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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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서 우려 제기돼... 공식 입장은 아냐"
"유럽 젊은 여성 중심으로 이상반응 발견
당국서 연관성 인정할 것인지 논의 중"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매우 드물게 보고된 특이 혈전증과 관련 있다는 건 분명하다.

마르코 케발레리 유럽의약품청(EMA) 백신 전략 책임자

일부 전문가들이 '아스트라제네카(AZ)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혈전증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AZ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전문가들은 그러나 "유럽 방역당국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 혈전증과의 인과관계를 결정할지 논의하는 중이다"며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자는 입장입니다.

국내 전문가들 "공식적인 입장으로 보이지 않아"

아스트라제네카(AZ)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주사기의 모습.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AZ)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주사기의 모습. 연합뉴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7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보진 않는다"며 "희귀한 이상반응으로 간주할 것인지, 연관성을 둘 것인지(인정할 것인지) 결정하려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전날 TBS 라디오 '명랑시사 이승원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전문가들 중 혈전 발생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조금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고 바로잡았습니다.

혈전증과 관련성을 제기한 마르코 케발레리 유럽의약품청(EMA) 백신 전략 책임자도 "백신의 어떤 성분이 이런 반응을 일으켰는지는 알지 못한다"며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는데요.

EMA는 카발레리의 발언에 "관련 검토가 진행 중이며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즉각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英, 30세 이하에 AZ 접종 제한?..."일부 전문가의 의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런던 세인트 토머스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런던 세인트 토머스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마찬가지로 '영국에선 30세 이하의 사람들에게 AZ 접종 제한을 한다'는 것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로이터통신이 5일(현지시간) '영국 보건당국이 AZ 접종 후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혈전 부작용을 고려해 30세 이하 젊은 층에는 다른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는데요.

최 교수는 이 부분 역시 "전문가의 의견이 한두 번씩 나오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아직 이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장 표명이나 근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들여다보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유럽서 젊은 여성 중심으로 혈전 문제 발견돼"

이탈리아 로마의 콩그레스 센터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 입구에서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정부 공무원들이 의약청의 지시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일시 중단된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프랑스와 벨기에, 캐나다 등은 55세 미만 연령층에 AZ 백신 접종을 제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탈리아 로마의 콩그레스 센터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 입구에서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정부 공무원들이 의약청의 지시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일시 중단된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프랑스와 벨기에, 캐나다 등은 55세 미만 연령층에 AZ 백신 접종을 제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왜 AZ와 혈전증 사이의 인과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걸까요?

이날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초기에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예방 접종을 했기 때문에 잘 몰랐다가 젊은 사람들 예방 접종이 들어가니까 '혈전이 나오는 것이 백신 때문이 아닌가' 계속 논의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엄 교수도 "유럽의 경우에는 AZ 백신 이상반응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젊은 층, 그리고 여성 중심으로 혈전과 관련된 문제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지난주까지 AZ 백신을 맞은 뒤 혈전증이 발생한 사례 30건을 보고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 속 옥스퍼드대는 성인 접종자에 관한 추가 자료를 기다리면서 6~17세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백신 임상시험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엄 교수는 "(만약) 드문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인과성이 인정됐을 때 이 백신을 계속 사용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는다. 이런 문제는 상당히 큰 파장이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아직 혈전 관련된 이상반응 확정 안 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엄 교수는 또한 "아직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종적인 차이나 식생활의 차이, 만성적인 기저 질환의 차이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와 유럽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비쳤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는 한 건의 이상반응이 일어났는데, 백신에 의한 것인지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 이후엔 혈전 관련된 이상반응 보고는 아직 우리나라에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 교수는 "혈전이 나오더라도 치료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접종을 한 100만 명 중 혈전 나온 케이스가 있었지만 다 치료하고 퇴원했다. 발견하고 바로 치료하면 문제가 없고, 치료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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