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만에 정상화된 수에즈 운하… 배상 '제2 라운드' 시작

입력
2021.04.05 13:20
수정
2021.04.0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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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운하관리청 "정체 해소" 선언
선박들 더 빠른 속도 운하 통과한 듯
이집트, 손해배상 공언 등 보상 논란

지난달 30일 이집트 해경선이 에버 기븐호 좌초로 통항이 막힌 수에즈 운하를 순찰하고 있다. 수에즈=AF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이집트 해경선이 에버 기븐호 좌초로 통항이 막힌 수에즈 운하를 순찰하고 있다. 수에즈=AFP 연합뉴스

전 세계 ‘물류 동맥경화’를 일으킨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정상화됐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가 운하를 가로막은 지 11일 만으로 차질을 빚던 세계 해상무역 흐름도 완전히 재개됐다. 그러나 책임 소재와 피해 보상을 놓고 벌써부터 공방이 격화해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4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수에즈 운하 양방향 선박 운항 속도는 이제 몰라볼 정도로 빨라졌다. 전날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이 정체 해소를 선언했을 때만해도 61척의 배가 운하에 여전히 대기 중이었지만, 이날은 이들 선박과 에버 기븐호 부양 이후 도착한 배를 포함해 총 85척이 무리 없이 통과했다.

평상시 수에즈 하루 평균 통항량이 40,50척인 점을 고려하면 평소보다 많은 양의 배가 운하를 지나간 셈이다. WSJ는 “최근 운하를 통과 선박 다수가 제한 최고속도(7.6~8.6노트ㆍ시속 약 14~16㎞)보다 빠른 8~10노트로 운항했다”고 전했다. 정체 해소를 돕기 위해 선박들이 예전보다 속도를 높여 운하를 지났다는 의미다. 에버 기븐호가 지난달 23일 운하를 가로막은 지 11일만, 29일 부양 이후 닷새 만에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배상을 둘러싼 ‘제2 라운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집트 당국은 이미 손해배상 청구를 공언했다. 오사마 라비 SCA 청장은 2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의 배상금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운송료, 준설ㆍ인양 작업에 따른 운하 파손, 장비 및 인건비 등을 고려한 추정치다. 이집트 정부는 피해를 배상하지 않으면 에버 기븐호를 석방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운송 정체로 엄청난 손실을 입은 기업들도 선박 좌초 책임 규명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 해상무역 물동량의 14%, 해상 운송 원유 10%가 지나는 수에즈 운하가 가로막히면서 전 세계 통상에 큰 혼란이 일었다. 앞서 해운정보업체 로이드리스트는 운하 운영 중단으로 매일 아시아와 유럽간 96억달러(10조8,000억원)어치 화물 운송이 지연된 것으로 추산했다. 독일계 보험사 알리안츠는 무역 손실을 하루 약 60억~100억달러(6조8,000억~11조3,000억원)로 봤다. 정확한 피해 액수 산정에는 오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천문학적 배상이 불가피한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대륙 우회 항로를 선택한 화물선들의 추가 비용 등을 감안하면 전체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다만 이집트 당국과 피해 업체들이 어느 곳에 배상금을 청구할지는 불투명하다. 일단 당국의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오면 에버 기븐호 선주인 일본 ‘쇼에이 기선’과 선박 운용사 대만 ‘에버그린’부터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길 가능성이 크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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