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30일 담화를 내고 문재인 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라며 비난했다. 담화의 적절성은 차치하고 대화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나 예의를 던져버린 것이다. 통일부는 “어떤 순간에도 서로를 향한 언행에 있어 최소한의 예법은 지켜야 한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김 부부장이 지적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오히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조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26일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로)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회 비판했을 뿐이다. 탄도미사일이란 표현은 쓰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이 작년 7월 국방과학연구소의 현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을 격려한 것을 거론하며, 북의 미사일을 문제 삼은 것은 ‘후안무치하다’ ‘뻔뻔스럽다’고 비꼬고 조롱했다.
'김정은의 입'인 김 부부장의 담화는 올 들어서만 세 번째인데, 문 대통령까지 대놓고 비난하는 것에서 보듯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김 부부장의 독설 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정부 당국자가 거의 없을 정도다. 그보다 우려되는 것은 문제 삼을 만한 사안이 아닌 데도 굳이 비난 담화를 낸 의도가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날은 정부가 반인권법이란 국제사회 비난 속에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시행한 첫날이다. 이 법은 김 부부장이 작년 6월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이 계기가 돼 추진된 것이다.
이번 담화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잇단 규탄과, 대북전략 최종 조율을 위한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를 앞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의 대북 정책이 강경책으로 흐를 경우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의 연장선일 수 있다. 그렇다 해도 백악관이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없다고 밝힌 것처럼 북한도 더는 도발로 달라질 것이 없다는 점을 알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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