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에 막힌 부품 ‘쇼티지 쇼크’... 자동차·배터리 업계 “긴급 감산 검토”

입력
2021.03.29 17:58
수정
2021.03.29 18:24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 좌초했던 파나마 선적의 대만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가 29일(현지시간) 부양작업이 성공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인근의 예인선에서 바라본 모습. 수에즈 AFP=연합뉴스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 좌초했던 파나마 선적의 대만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가 29일(현지시간) 부양작업이 성공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인근의 예인선에서 바라본 모습. 수에즈 AFP=연합뉴스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원활치 않아 애를 먹고 있는 자동차 업계가 이번엔 '수에즈 운하 사태'로 유럽산 부품 ‘쇼티지(공급부족)’까지 겪을 위기에 처했다. 유럽에서 들여오는 부품 대부분이 수에즈 운하를 통해 수입되고 있어 국내·외 공장 생산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전기차는 배터리 소재 수급 문제로 긴급 감산까지 검토 중이다.

이는 수에즈 운하에 좌초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의 부양작업이 시작됐지만, 항로 정상화는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당분간 부품·소재 수급 차질이 지속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4월부터 주말 특근 진행 여부를 두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레이더, 타이어 등 유럽산 부품 수급에도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독일 등 유럽에서 들여오는 자동차 부품 대부분은 수에즈 운하를 통해서 수입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나 유럽산 부품 모두 지금 당장 재고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 주(27일) 아반떼를 생산하는 울산3공장은 ‘전자제어장치(ECU)’ 재고 관리 차원에서 특근을 실시하지 않았고, 4월에는 다른 공장들도 수시로 생산계획을 조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기아는 이번 달에 이어 다음 달에도 화성공장 특근을 전면 취소했다. 주력 모델인 ‘쏘렌토 하이브리드’, ‘니로 하이브리드’ 등에 장착되는 핵심 부품인 ‘하이브리드 파워 콘트롤 유닛(HPCU)’ 수급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내달 출시 예정인 준대형 세단 ‘K8’도 반도체와 유럽산 부품 수급 문제로 생산량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달부터 50%만 가동해온 한국GM 부평2공장은 다음 달에도 감산을 지속한다. 부평2공장은 말리부, 트랙스 등을 생산한다. 대만 ‘TSMC’ 등으로부터 반도체 수급 불안이 지속되고 있고, 말리부 등에 장착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는 유럽산 부품이 대거 적용돼, 이번 수에즈 운하 사태의 여파도 주시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이번 수에즈 운하 사태로 유럽 공장 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위기에 처했다. 배터리 소재인 음극재와 양극재 상당량을 중국에서 유럽으로 수송하는데, 이번 사태로 일정에 차질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유럽에서는 대체품을 찾을 수 없어 수에즈 운하 정상화만 기다리며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배터리 생산 차질은 유럽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현대차뿐만 아니라, 해외 완성차 업체들에게도 2차 피해를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작년 컨테이너선 부족으로 ‘해운대란’이 발생했을 때는 중국, 시베리아 등 철도와 항공을 가리지 않고 소재 수급에 총력을 기울였는데,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몇일 내로 해결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대체수송이나 우회 경로도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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