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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 "쓰레기" 막말… 지난해 총선 교훈 잊었나

입력
2021.03.29 04:30
27면
27일 선거운동에 나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뉴스1

27일 선거운동에 나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뉴스1

4·7 재·보궐선거가 막말 선거로 가고 있다. 정치사에 드문 일은 아니나 조금씩 수준을 높여온 역사를 되돌리는 일이다. 지난해 총선 때 막말로 악명 높던 정치인 상당수가 낙선한 사실을 떠올리길 바란다. 후보와 캠프 스스로 자중해야 한다.

중도층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이던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막말은 ‘선거 다 이겼다’는 오만을 드러내는 듯하다. 그는 지난해 개천절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집값 안정' 발언을 두고 “중증 치매환자의 넋두리 같은 소리”라고 언급했다가 논란이 되자 26일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하나”라고 반박했다. 27일엔 "비유만 쓰면 망언이냐"며 또다시 "대역죄"라고 했다. 그나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재에 나선 것은 당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지난 총선 때 국민의힘은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막말에 징계를 내렸다가 번복하는 최악의 대응으로 중도 표를 바닥까지 쓸어 내다버렸다. 오 후보가 비판과 모욕을 구분 못하고 막말을 계속한다면 중도는 다시 등을 돌릴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다르지 않다. 윤호중 의원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유세장에서 오 후보를 “내곡동 땅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거짓말하는 후보”라고 지칭하며 “쓰레기”라고 언급했다. 박 후보도 20대의 지지가 낮은 이유에 대해 “20대는 과거 역사에 대해 경험치가 낮다”고 답했다가 ‘20대 비하’ 지적을 받았다. 박 후보는 “국민의힘이 문재인 대통령을 독재라고 하는데 전두환 시대를 경험해 보지 않아 비교하기 어렵다는 20대의 말을 전하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유권자 탓이라는 인식은 여전히 문제다.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는 “부산은 3기 암 환자 같은 신세”라고 말해 반감을 자아냈다. 부산시정의 위기를 비유한 것이지만 적절치 않은 표현이었다.

선거판의 막말은 내세울 다른 이슈가 없음을 반증할 뿐이다. 유권자들은 이런 막말에 선동되는 수준을 넘어서 있다.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는 게 선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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