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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이라는 외교적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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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한국일보>
미소 냉전이 언제 시작됐는지를 두고 해석이 다양하다. 흔히 1947년 트루먼 독트린 선언과 마셜 플랜을 출발점으로 보지만, 앞서 베를린 전승제 행사 때 선보인 소련군의 스탈린 전차나 처칠의 "철의 장막" 연설을 상징으로 여기기도 한다. 시작이 언제든 분명한 것은 냉전은 예정되었다는 사실이다. 미소는 나치 독일과 싸우기 위해 잠시 손잡았을 뿐 체제 대결이 불가피했다. 체제의 우위를 건 갈등인 만큼 타협이 어려웠고 격렬했다.
소련을 대신한 중국과 미국이 신냉전을 벌이려 한다는 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새로운 냉전은 과거 미소 대결과는 질적으로 다른 냉전이다. 체제 대결이 중심축이 아니므로 어느 한쪽이 무릎 꿇어 끝날 갈등이 아니다. 남중국해 영유권 등 안보 이슈나, 인권·민주주의 등 가치 문제가 얽혔지만 주로 경제 이해를 둘러싼 대결이다. 중국이 일대일로 등을 통해 여러 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든다고는 해도 소련이 맏형 노릇 하며 위성국 거느리던 상황과 다르다. 그래서 비록 줄다리기처럼 보일지라도 미중 갈등은 심판도 구경꾼도 없이 나머지 국가는 죄다 어느 한쪽 뒤에서 줄 잡는 패싸움이 아니다.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두 강대국 사이에 끼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미 경제규모 세계 10위, 국방력 세계 6위의 나라다. 미중의 이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것을 눈치보기라기보다 '동맹'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에 대한 관심과 협력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당하다.
최근 미중 알래스카 회담에서 화제였던 1시간 모두발언에는 한국과 일본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한일 순방을 마치고 회담에 임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한국도 일본도 미중 회담에 큰 관심을 표시했다"며 "우리가 여기서 제기하는 문제는 미중 양국만이 아니라 지역과 세계 전체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은 "일본과 한국은 중국의 2위, 3위 무역 상대국"이라며 "우리는 공통의 친구를 많이 가져야 한다"고 받았다.
중국은 평화와 정의를 추구한다는 양제츠 발언에 이어 블링컨은 또 한일을 끄집어내 "당신들 설명과는 상당히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며 "동맹국과 우호국들이 중국 정부의 여러 행위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양제츠는 "그런 불만이 실제 있었는지 단지 미국의 해석인지 알 수 없다"며 "그들이 그런 의견을 중국에 말하기 전에 중국이 위압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맞섰다. 한일을 줄세우기 국가쯤으로 봤다면 미중이 이런 공방을 벌일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중요한 외교 목표의 하나로 삼고 있다. 그 자체로 명분이 있을 뿐 아니라 미중 갈등에서 일방을 편들기보다 원만한 타협을 유도하는 것이 국익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정책일 것이다. 그러려면 예민한 국제사회의 현안에 대한 가치 판단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다.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 민주당 정부는 홍콩, 대만 문제와 함께 중국 정부의 신장위구르지역 탄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은 허위, 날조라고 받아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으로 해석할 만한 정보가 이미 차고 넘친다. 내정간섭은 피해야 하지만 인권 문제는 거기서 예외라는 것은 국제사회의 합의이기도 하다.
미국에 이어 유럽 각국이 이 문제로 대중 제재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인류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가치 증진’을 중요한 외교 가치로 삼는 정부가 더 이상 샌드위치 신세로 엉거주춤 외교를 한다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이런 사안을 독자적으로 판단해 필요한 주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야말로 ‘책임 있는 중견국’의 태도이자 신냉전을 헤쳐갈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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