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운하 사고로 운임·유가 더 치솟는다

입력
2021.03.2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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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선사 에버그린의 2만 TEU급 컨테이너선 좌초
희망봉 경로로 우회 운항 시 해상운임 증가 불가피
수요 증가로 항공운임도 오를 듯… 유가도 단기 상승

24일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가 좌초하면서 통행이 전면 차단된 수에즈운하의 플래닛 랩스 인공위성 사진. AP연합뉴스

24일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가 좌초하면서 통행이 전면 차단된 수에즈운하의 플래닛 랩스 인공위성 사진. AP연합뉴스

아시아와 유럽의 해상교역 관문인 수에즈운하가 초대형 컨테이선 좌초 사고로 막히면서 100척 가까운 선박들의 발이 묶였다. 이에 따라 해상과 항공 운임도 인상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5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대만 선사인 에버그린이 운영하는 2만 TEU(1TEU는 컨테이너 1대 분)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가 24일 오전 수에즈 운하 북쪽에 멈춰 섰다. 선박은 뱃머리 부분이 한쪽 제방에 박히면서 선미 부분도 반대쪽 제방에 걸쳐져 운하를 가로막고 있다. 에버그린은 선박 사고 원인에 대해 "갑자기 불어온 강한 바람 때문에 선체가 항로를 이탈하면서 바닥과 충돌해 좌초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현재 좌초된 선박의 하단 모래를 파내는 등 화물선을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복구 일정이 불투명해 수에즈운하 재개에는 수일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수에즈운하에서 러시아 군용 탱커와 벌크선 간의 사고가 추가로 발생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정체 현상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에버 기븐호 좌초로 수에즈 운하가 막히자 다수의 선박이 운하 밖에서 정박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선박 감시사이트의 모습. vesselfinder.com 캡처

에버 기븐호 좌초로 수에즈 운하가 막히자 다수의 선박이 운하 밖에서 정박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선박 감시사이트의 모습. vesselfinder.com 캡처

수에즈운하는 1일 평균 51척의 선박이 통과하는 해상 물류의 핵심 길목이다. 사고 이후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지 못한 선박 100척가량이 운하 안팎에서 대기 정박 중이다. 증권가에선 항공 화물 운임과 컨테이너선 유럽 노선 비용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사태가 장기화되면 초대형선들이 이용하는 남아프리카 희망봉 경유 노선을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급한 경량 화물은 항공화물로 대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박의 운항거리 증가와 항공화물 수요 증가로 해상·항공 운임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에즈운하는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가 상승에도 영향이 점쳐진다. 엄 연구원은 "유럽지역 에너지 수급 차질로 유가가 급반등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수에즈운하 사고 여파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5.9% 오른 61.1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제 유가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한국으로 공급되는 두바이유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수에즈운하와는 관련이 없다"며 "수에즈운하 통행 차질이 단기적으로 유가에 변동성을 줄 수는 있지만,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우려가 훨씬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하락세로 전환한 국제 유가의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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