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릴까봐" 치과 가야하는데 못 갔다

입력
2021.03.25 04:30
23면

코로나 시대 치아 관리. 한국일보 자료사진

코로나 시대 치아 관리. 한국일보 자료사진

치아 건강은 예로부터 오복 중 하나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겨졌다. 실제로 치아 건강이 오복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나 ‘이(치아)는 오복에 들었다’고 표현하듯 신체 전반의 건강에 치아 건강이 중요하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통용되는 이야기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로, 감염 예방을 위한 개인 위생관리를 비롯해 우리 사회 전반에서 신체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높아지는 양상에 비해 치아 건강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미해 보인다.

최근 미국 치아신경치료전문의협회(AAE)가 코로나19로 인해 미국민들의 치아 건강에 적신호가 발생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지난해 9월 발표된 미국치과의사협회(ADA) 보건정책위원회의 조사 결과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미국 내 구강 질환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영양소 섭취를 담당하는 구강의 건강은 면역력 강화를 위해 특히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치아 건강 상태 및 관리 실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2월 19~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치아 건강 관리 습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 국민들의 치아 관리 습관의 현주소를 점검해봤다.


전체의 절반가량 "치아 건강상태 좋지 않아"

이번 조사에서 치아 건강 상태가 전반적인 신체 건강 상태보다 취약할 뿐만 아니라 치아 건강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임이 확인됐다. 응답자 세 명 중 두 명(67%)은 평소 구강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답해, 관심 자체는 낮지 않았다. 그런데 응답자의 62%가 본인의 건강 상태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고 평가한 데 반해, 본인의 치아 건강 상태가 양호한 편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이에 못 미치는 47%였다. 여기에 더해, 응답자의 44%는 평소 구강 관리를 잘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치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실제 치아 건강 수준과 관리 행태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은 것이다.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강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스1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강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스1


50세 이하, 자영업 및 생산계층에서 정기 구강 검진 비율 낮아져


치아 건강 관리가 소홀하다는 사실은 다른 문항에서도 확인됐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치주질환 발생 예방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스케일링 등 구강 검진을 받았다는 응답은 전체의 45%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년의 상황 역시 나아지지 않았는데, 2020년 한 해 스케일링 등 기본적인 구강 검진을 받았다는 응답 역시 48%에 그쳤다. 50대 이하에서 구강 검진을 받지 않았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어 상대적으로 치아 건강에 소홀한 것이 확인된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직종인 자영업 및 생산·기능·노무직에서 2020년 구강 검진을 받지 않았다는 응답 비율이 다른 직업군 대비 다소 높았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치과 검진 빈도에 대해서는 10명 중 8명(79%)이 변화가 없었고 16%는 오히려 빈도가 줄었다고 답해,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도 충분하지 않았던 구강 검진 빈도가 나아지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검진 빈도가 감소한 이유로는 코로나 감염 위험 때문이라는 응답이 65%, 외출 빈도 자체가 줄어서라는 응답이 13%로 코로나19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었음이 확인됐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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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치료 받지 못한 사람의 절반, “코로나19 때문”

코로나19는 정기적인 구강 검진 빈도 감소뿐만 아니라, 치과 치료의 감소로도 이어졌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치과 치료가 필요한 적이 있었다는 응답자 중, 실제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고 답한 응답자는 74%였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4명 중 1명은 필요한 치과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필요한 치과 치료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 꼽은 가장 주된 이유 역시 코로나 감염 위험(41%)이었다. 반면 경제적 이유, 일이 바쁘고 시간이 없어서라는 응답은 각각 23%, 19%로 이에 미치지 못했다. 외출 빈도가 줄어서라는 응답(10%)까지 포함하면, 필요한 치과 치료를 받지 못한 사람의 절반은 그 이유로 코로나19를 꼽은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칫솔질 등 구강 관리 습관 긍정적 변화

코로나19로 인해 정기적인 구강 검진과 필요한 치과 치료를 받지 못했다면, 일상에서의 구강 관리 습관에는 변화가 있을까? 가장 기본적인 치아 관리 방법인 양치질에서는 큰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양치질 횟수에 변화가 없다는 응답이 전체의 86%를 차지해 눈에 띄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양치질 횟수가 늘었다는 응답은 11%, 줄었다는 응답은 3%였다.

그러나 보조제품의 이용 빈도, 물 섭취량 증가 등 보완적인 방법으로 구강 건강을 관리하는 움직임이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물 섭취량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전체의 45%였으며, 양치 시간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27%, 구강청결제의 이용 빈도가 증가했다는 응답은 26%, 치간칫솔·치실 등의 이용 빈도가 증가했다는 응답은 25%로 조사됐다. 4명 중 1명 정도는 코로나19 이후 보조제품 사용 횟수를 늘린 것이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30대 저연령층에서는 보조제품 중 구강청결제의 이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늘었고, 60대 이상의 고연령층에서는 물 섭취량이 증가하고 말린 오징어, 육포 등 단단한 식품의 섭취량이 감소했다는 특징을 보였다. 하지만 20~30대 응답자 3명 중 1명이 당분이 많은 간식 섭취량이 늘었다고 답한 점은 치아 건강 관리에 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구강 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지만, 그동안 구강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은 신체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에 비해 소홀했다. 여기에, 코로나19는 정기적인 구강 검진과 치과 치료의 제약으로 이어졌다. 다행히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상 속에서 보조 수단을 통해 구강 관리를 하고자 하는 노력은 증가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그러나 아직 그 노력의 수준이 높지 않고, 보조 수단을 통한 관리보다는 치과 검진과 적절한 치료를 통한 치아 관리가 더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개인 위생과 신체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치아 건강 관리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 역시 필요해 보인다.

박서연 한국리서치 여론2본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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