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LH사태 원죄는 이명박·박근혜"...어디까지 사실일까?

입력
2021.03.22 04:30
수정
2021.03.22 09:50
6면
구독

더불어민주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투기 사태의 책임을 전 정권 혹은 검찰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위기 타개에 나섰다. 이를테면 ‘남 탓 프레임'이다. 이명박 정부가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통합해 '공룡' LH를 탄생킨 것, 지난해 검찰이 부동산 수사에 제대로 나서지 않은 것이 LH 사태의 근본 원인이므로, 문재인 정부엔 큰 책임이 없다는 논리다. 한국일보는 21일 부동산 전문가의 자문을 토대로 이 같은 주장의 타당성을 짚어 봤다.


①박근혜 ‘부동산 3법’이 부동산 투기를 조장?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오른쪽) 대표와 김태년(왼쪽) 원내대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자가 8일 서울 종로구 박 후보 캠프에서 열린 제1차 중앙선대위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오른쪽) 대표와 김태년(왼쪽) 원내대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자가 8일 서울 종로구 박 후보 캠프에서 열린 제1차 중앙선대위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8일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3법’을 거론하며, “지금까지 누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해왔고, 방조했는지 엄격하게 봐주길 바란다”고 했다. 2014년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이 국회에서 처리한 '부동산 3법'에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의 유예기간을 연장하고,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홍 의장의 논지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 같은 규제완화 조치로 투기 이익을 실현했다는 것이지만, '집값 상승 기대감→투기'의 토양, 즉 원죄가 박근혜 정부 때 마련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투기를 조장했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부동산 3법이 강남 재건축발(發) 집값 상승의 시발점이 된 건 사실이다. 다만 당시엔 정부가 ‘빚내서 집 사라’고 할 정도로 주택 경기가 좋지 않았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집만 있고 소득이 없는 ‘하우스푸어’ 문제가 심각해 규제 완화가 불가피했다”고 했다. 또 집값 폭등이 본격화된 건 현 정부 들어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7~2020년) 서울 전용 59㎡ 아파트값 상승률은 82%(6억6,000만 원→11억9,000만 원)에 달했다. 박근혜 정부에선 25%였다.


정권별 서울 아파트 시세 변동 추이. 경실련

정권별 서울 아파트 시세 변동 추이. 경실련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기에 따른 부동산 광풍이 LH 사태를 비롯한 부동산 투기의 토양이 된 셈이다. 김현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부동산 투기를 조장했다”고 직격했다.


②이명박 정부가 만든 ‘공룡’ LH가 사태의 원인? ‘일부 사실’

서울 강남구 LH 서울본부. 뉴스1

서울 강남구 LH 서울본부. 뉴스1


민주당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인 이낙연 전 대표는 15일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통합한 후, 비대한 조직 내부에서 쌓여온 부정부패와 적폐가 터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체에 준하는 LH 대수술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LH의 조직 비대화가 이번 사태를 싹트게 했다며 이명박 정부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평가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이번 사태의 핵심은 신도시 개발 관련 내부 정보를 활용한 투기인데, 조직이 커지면 기밀 정보의 보안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생리”라고 했다. 현재 LH 직원은 9,500여 명에 달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와 여당이 벼르는 LH 조직 ‘슬림화’가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LH의 독점적 권한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신도시를 결정하고, 이후 해당 지역의 민간 토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도록 한 ‘택지개발촉진법’에 근거하는데, 이 문제를 같이 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③LH 사태가 윤석열 검찰의 수사 회피 탓? ‘아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 앞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환하게 웃고 있다. 뉴스1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 앞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환하게 웃고 있다. 뉴스1


최근 여권 인사들은 LH 사태에 대한 ‘검찰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13일 “2020년 7월 법무부는 검찰에 기획 부동산, 불법 부동산 중개 행위, 농지 무허가 개발 행위, 차명 거래 행위 등을 단속ㆍ수사하고 범죄 수익까지 철저히 환수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검찰의 지시 이행 거부가 내부 정보를 활용한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막지 못했다는 논리였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추미애 전 장관도 하루 만에 “부동산 시장의 부패 사정이 제대로 되지 못한 데는 검찰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당시 법무부 지시는 국내의 한 부동산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사모펀드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아파트 한 동을 통째로 사들이며 ‘투기’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었다. 실제 법무부 지시에는 ‘공직자 투기’ 등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사태와 연결고리가 없는 셈이다.

박준석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