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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쏘아 올린 윤석열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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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한국일보>
윤석열이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검찰총장 사퇴 이후 차기 대선 여론조사에서 파죽지세를 나타내자 여권은 아연 긴장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정치 군인 같은 정치 검찰”이라며 역사의 퇴보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검찰 총수의 정치 참여가 검찰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점잖은 지적도 나온다. 사법의 정치화를 경계하는 차분한 목소리부터 ‘특수부 칼잡이’ 출신이라며 경멸하는 거리두기까지 반응도 다양한데, 한 마디로 윤석열이 내년 대선에 나오지 말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윤석열을 정치판으로 불러낸 게 누구인가.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지침을 따랐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사퇴 압박이었다. 검찰에 남은 6대 범죄 수사권까지 박탈하겠다는 중대범죄수사청 카드는 결정타가 됐다. "명분은 민주당 쪽에서 제공했고, 쫓겨 나면서 어쩌면 (정치) 면허를 딴 셈”이라는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의 분석에 따르면, 윤석열 현상을 부정하고 그를 대선 판에서 밀어내려는 여권 움직임은 어불성설 정도로 설명하기 부족하다. 때리면 때릴수록 지지율이 치솟는 역설적 상황 앞에서 민주당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는 소식은 차라리 코미디에 가깝다.
정치 검사라서 부적격이라는 주장은 또 어떤가.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팀장을 맡은 뒤 수사 강행을 추진하다가 정권에 찍혀서 지방을 떠돌던 검사가 윤석열이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권력 눈치를 보지 않는 검사’ ‘검찰을 이끌 적임자’라며 칭찬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임명장을 주면서 “우리 총장님”으로 예우했다. 당시엔 누구도 ‘정권의 요구에 부합하는 수사로 권력과 결탁하는’ 정치 검사라는 오명을 씌우지 않았다. 조국 수사를 기점으로 윤석열은 정치 검사가 돼 버렸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다고 정치 검사 딱지를 붙이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윤석열이 정치적 부상을 노리고 야당과의 교감 아래 권력 수사를 밀어붙였다는 일각의 주장은 그저 황당할 따름이다. 일부에서 검찰 중립성 훼손을 걱정하지만 수사권 대부분을 빼앗긴 마당에 지켜야 할 중립성이라도 남아 있는지 의문이다.
민주당이 아무리 부정하고 견제해도 윤석열 현상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사퇴 이후 두문불출하고 있는데도 단숨에 선두권으로 치솟은 지지율은 꺼질 줄 모른다. 조국 사태를 통해 확인된 문재인 정부의 ‘말뿐인 공정’과 밑천이 드러난 경제 및 부동산 정책에 실망한 민심이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다. 적폐청산 도구로 활용한 뒤 거칠게 내쫓아 되레 정치적 체급을 올려주고 정권 심판의 구심으로 키운 여권의 자충수도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후보군이 빈약한 야권의 토양 위로 LH사태까지 바람을 보태고 있다. 여기에 여권의 흠집 내기식 자격 시비는 윤풍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되고 말았다. 윤석열 현상의 8할이 여권 책임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윤석열에게 탄탄대로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변수는 부지기수로 많다. 지금까지 정부·여당의 실책으로 손쉽게 득점하는 양상이었다면, 앞으로는 윤석열 대 윤석열의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정권심판론에 기댄 지지율은 거품으로 끝날 수도 있다.
정치인으로서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고자 한다면 우선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총장직을 던지며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공정과 정의라는 정치 언어를 사용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사법시험 9수를 하는 동안 상당한 내공을 쌓았다는 정도의 무용담은 소용도 없다. 검찰주의자라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미래지향적 권력 의지와 함께 국가를 경영할 정도의 정치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시대정신을 구현할 소명 의식을 국민 앞에 분명히 제시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김정곤 에디터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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