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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이 되는 지도자의 조건

입력
2021.03.19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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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지도자라 자처하는 인물들이 별처럼 쏟아진다. 입으로는 칭하지만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 기억은 많지 않다. 이번에는 어떨까? 여하튼 우리는 어떤 자리에 걸맞은 자격이나 조건을 갖춘 사람을 ‘깜이 되는 사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깜냥도 안 되는 사람’이라 평한다. 둘 다 자격이나 조건, 스스로 일을 헤아리는 능력 등으로 쓰이지만 대체로 깜냥은 스스로를 겸손하게 낮추어 부를 때, 상대방의 미흡함을 질타할 때 사용된다.

요즘 '깜'이 안 되는 사람들이 벌이는 일들이 별처럼 지천이다. 장관, 국회의원, 지자체장, 고위공무원 등 소위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 권력층이라 하는 이들 중 일부는 응당 갖춰야 할 '깜'을 갖추지 않으니 땀 흘려 일하고 세금 내는 이들의 가슴은 답답하다.

하기야 이런 말을 할 만한 '깜'이 되냐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최소한 인사 관점에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사람이 '깜'이 되는지를 보려면 다음의 네 가지를 봐야 한다. 첫째, 그 자리가 요구하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잘 훈련되어 있는가? 의욕만으로 일을 잘해낼 수는 없다. 둘째, 그 자리에 갔을 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그릇의 크기, 즉 잠재력이 있는가? 성장가능성이 없는 사람에게 더 큰 권한과 책임은 스스로를 옭아매는 멍에가 될 뿐이다. 셋째, 리더십이 있는가? 구성원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고 갈등을 원활히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과를 내게 마련이다. 넷째, 타인을 위한 배려심과 활동력이 있는가? 위로 올라갈수록 아래를 보기 어렵다. 배려심 없는 사람이 수장이 되면 갑질과 완장질에 취약해지고 조직 전체가 흔들린다.

공직이든 민간이든 이 네 가지 요소가 부족한 사람은 '깜'도 되지 않을뿐더러 감히 스스로 '깜'이 된다고 착각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현실은 깜냥도 안 되는 사람들이 스스로 '깜'이 된다고 생각하고 더 좋은 자리, 더 높은 자리에 가겠다고 손을 들고 뛰어다닌다. 이들이 분수에 넘치는 자리에 욕심을 내면 주변이 피곤해지고 그 자리가 갖는 힘이 크면 예나 지금이나 온 나라가 피곤해진다.

반장선거를 할 때도 학급을 대표할 '깜'이 되는지를 따진다. 하물며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공직, 정치의 영역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자신의 들고남에 따라 누군가는 피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는 무거운 책임을 인식하고 고도의 자기 절제와 신중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고 보면 '깜'이 되는 자의 가장 큰 덕목은 공동체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살신성인의 자세, 사회가 필요로 한다면 기꺼이 나를 내려놓고 봉사하겠다는 백의종군의 자세이다. 현 세대만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 세대를 위해 앞을 내다보며 미리 준비하고 시대적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인사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모든 덕목을 완벽히 다 갖춘 사람이 차고 넘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물 좋고 정자 좋은 곳 찾기란 늘 어려운 법이다. 하나가 훌륭하면 다른 하나는 조금 부족한 사람을 골라서 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고 열 명을 뽑으면 한두 명은 조금 모자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사다. 그러나 가려서 뽑았다는 사람이 터무니없이 '깜'이 안 되거나 대부분이 지리멸렬하다면? 그것은 인사시스템의 부재 또는 인사 기능의 취약성 문제다. 휴… '깜'이 되는 지도자들을 기대해본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ㆍ성균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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