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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본 아동 중 가장 심했다" 정인이 부검 사진에 법정 눈물바다

입력
2021.03.17 20:30
수정
2021.03.1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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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든 피부·파열된 장기에 탄식…양모도 눈가 훔쳐
법의학자 "배 밟았을 가능성…사망 인식 있었을 것"

16개월 입양아 학대사망 사건 양부모 공판이 열린 지난 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한 시민이 정인양 초상화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16개월 입양아 학대사망 사건 양부모 공판이 열린 지난 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한 시민이 정인양 초상화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지금까지 (부검해) 본 아동학대 피해자 중 가장 손상이 심했다."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가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법정에서 아이의 부검 당시 사진이 공개되자 방청석에선 눈물이 터져나왔다. 정인 양 부검을 담당한 법의관과 부검 결과를 분석한 법의학자는 "지속적 폭행으로 아이 신체가 손상을 입었고, 사망 당일엔 배를 발로 밟는 수준의 큰 충격이 가해졌다"는 소견을 내놨다.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상주) 심리로 열린 양모 장모(34·구속)씨와 양부 안모(36·불구속)씨에 대한 공판에는 정인 양을 부검한 김성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3,800건에 달하는 부검을 해온 그는 정인 양 시신의 손상 정도가 전례없었다면서 "일반적으로 아이에게서 보기 어려운 심각한 손상이 여러 곳에 많이 나타나 학대 여부를 확인하려 부검할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라고 증언했다.

곳곳에 멍이 든 외관과 손상된 내부 장기 등 정인 양 시신 부검 당시 사진들이 공개되자 방청객들은 충격 받은 표정으로 탄식했고 일부는 소리 내 울었다. 얼굴을 드러내고 법정에 출석한 양모도 어깨를 들썩이며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쳐냈고, 양부 역시 종종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내뱉었다.

김 법의관은 정인 양 복강 출혈 원인이 된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을 두고 "완전히 절단·파열된 것은 사망 당일일 수 있으나 일부 조직이 섬유화되는 등 회복한 정황을 보면 최소한 5일 전에도 큰 손상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직접적 사인 중 하나인 췌장 절단에 대해서는 "교통사고가 아닌 이상 척추뼈에 췌장이 눌려 절단되는 손상은 가정집에서 생기기 어려운 만큼 누적된 폭행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부검의, 양부모 측 “심폐소생술 하다가” 주장 반박

16개월 입양아 학대사망 사건 공판이 열린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16개월 입양아 학대사망 사건 공판이 열린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또 다른 증인으로 참석한 법의학 전문가 유성호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도 "사망 당일 1, 2주 전과 3~7일 전쯤에도 췌장이 반복적으로 손상을 입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마지막 충격으로 췌장이 절단되며 동맥이 끊어졌고, 장간막 파열이 겹치면서 급성 출혈로 사망했다는 소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9.5㎏였던 정인 양이 복강 내 600㎖의 출혈을 했다는 것은 신체 혈액 70% 이상이 유출됐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특히 유 교수는 사망 당일 가해진 외력과 관련해 "췌장과 장간막은 생각보다 질긴 장기인데 바닥에 누워있는 아이 신체를 고정한 상태에서 발로 밟아 파열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추정했다.

피고인 측은 정인 양이 숨지던 날 양모가 잘못된 지식으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 배에 손상이 일어났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김 법의관은 "CPR에 의한 아동 복부손상은 지금까지 보고된 바가 없고, 이만큼 손상이 일어나기도 어렵다"고 반박했다.

장씨가 '사망 당일 아이를 들고 흔들다 떨어트리면서 의자에 등이 부딪혔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도 김 법의관은 "그 정도 높이에서 사망할 정도의 충격이 생기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유 교수 역시 "후복막 안쪽에 위치한 췌장의 위치 등 여러 정황을 봤을 때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그는 오히려 "치명적인 손상이 반복된 것을 볼 때 사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양부모의 고의적 학대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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