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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항모...中·日이 환호작약하는 이유

입력
2021.03.17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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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중국의 인도태평양 진출 노골화
미국 위시한 해양세력과 충돌 불가피
경항모 도입에 조롱... 한국의 미래는?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해군이 공개한 경항모전단의 항진도. 해군 제공

해군이 공개한 경항모전단의 항진도. 해군 제공

인도·태평양 해역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디딤돌로 삼아, 노골적으로 대양 진출을 꾀하자 미국을 위시한 해양세력들이 스크럼을 짜 가로막는 형국이다. 프랑스도 함대를 파견하겠다는 입장이고, 영국은 아예 중국을 최대 안보위협국으로 규정했다.

우선, 쿼드 4개국 정상회담을 신호탄으로 미국의 행보가 심상찮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5~18일 일본과 한국을 연쇄 방문한 뒤, 숨 돌릴 틈도 없이 태평양을 건너간다. 다음 날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회담을 주재하기 위해서다. 일주일 새 일본→한국→중국을 상대하는 불꽃 외교전이다. 결론은 간결하고 뚜렷하다. 동맹국 간의 대중 압박 강화와 중국엔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존중하라’는 메시지다.

초강대국 미국의 힘은 군사력에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증명된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미국은 7,320억 달러를 투입해 세계 국방예산의 38%를 차지했다. 이는 나머지 10위권 국가의 국방비 총합보다 많은 규모다. 군비가 가장 많이 투입된 곳은 해군이다. 거의 2,000억 달러가 해군 몫이다. 중국의 총 군사비(2,610억 달러)에 육박한다. 미국이 오대양 육대주를 주름잡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439억 달러를 쏟아 부어, 처음으로 국방비 세계 10강에 이름을 올렸다.

한중일 3국은 역사적으로 해군에 대한 치명적인 트라우마를 공유하고 있다. 중국은 아편전쟁 발발과 함께 증기선으로 무장한 영국의 신식 함대에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홍콩을 빼앗겼다. 일본도 미국 페리호의 압도적인 위용에 눌려, 문호를 열어야 했다. 화들짝 놀란 중·일은 해군력 강화에 명운을 걸었고, 한때나마 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조선 역시 일본의 운요호 함포에 굴복해 강화도에서 불평등 조약을 맺었다. 하지만 조선은 치욕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고, 그 무지몽매함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경항모 개념도. 해군 제공

경항모 개념도. 해군 제공

입으로는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에 바닷길은 생명줄”이라면서도 해군력 강화에는 모르쇠를 넘어 아예 어깃장을 놓는다. 경항공모함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경항모 건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제조 노하우를 보유한 우리 기술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다. 파생되는 부가가치를 가늠키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에서 좌초 위기를 겪었다. 당시 회의록을 살펴보면 경항모 도입에 대한 반대 논리 일색이었다. “북한과 주변국 위협에 경항모가 대응하지 못한다”는 주장부터 “미국의 지원 요구에 끌려 다니기만 할 뿐”이라는 황당 논리까지. 심지어 안보를 최우선 한다는 보수진영 인사들도 외국인의 입을 빌려 경항모를 ‘무의미한 구멍’ ‘가장 값비싼 표적지’라며 저주에 가까운 조롱을 퍼붓고 있다. 경항모 도입에 대한 찬반은 있을 수 있다. 단, 모욕과 조롱이 아니라 건설적이고 생산적이어야 한다.

경항모는 올해 기재부의 타당성 조사와 국회 예산 심의를 거쳐야 본궤도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진영논리가 개입돼, 국가안보에 구멍을 내서는 안 될 것이다. 경항모는 한 척만 우두커니 바다에 떠 있는 것이 아니다. 구축함과 호위함, 나아가 핵잠수함까지 아우르는 항모 전단으로 구성된다. 자주국방의 든든한 방패를 넘어, 우리 힘으로 먼 바다 해상 수출로 확보라는 덤까지 챙기게 된다. 이미 2척의 항공모함을 취역시킨 중국은 추가로 2척을 더 건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도 4척의 항모를 추진 중이다.

경항모 도입을 한사코 반대하는 보수야당과 치밀한 설득 논리도 없이 팔짱 끼고 방관하는 여당이라니. 중국과 일본이 환호작약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최형철 에디터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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