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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근절 의지 밝힌 대통령, 말에 그치지 않기를

입력
2021.03.16 04:30
27면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 대한 여론이 심각하게 악화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부동산 적폐 청산을 남은 임기 핵심 국정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 투기를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불공정의 뿌리가 되어 온 부동산 적폐”라고 진단하고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불법 투기 감독기구 설치 등 투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근본적 제도 개혁을 주문했다. 이어 정치권에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고 제도 개혁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근본적 제도 개혁과 투기 근절 의지가 말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는 LH 사태가 얼마나 국민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37.7%로 내려앉았고, 서울에서 국민의힘(36.4%), 더불어민주당(27.6%) 지지율은 8.8%포인트 차로 벌어졌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는 3자 대결을 해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35.6%)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33.3%)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양자 대결로는 오 후보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중 누가 나와도 17%포인트 이상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을 심각하게 보고 문 대통령이 의지를 표명한 것은 다행이나 여당의 행태는 국민 분노를 달래지 못하고 있다. 이낙연 선거대책위원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부동산 투기를 수사하지 않은 검찰을 탓했고,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롯해 대통령 사저 논란을 엄호하느라 바쁘다. 문 대통령이 밝힌 대로 공직자 부패 근절이 우선 과제다. 부동산 이슈가 현 정부의 약점이 된 것은 정책은 규제 일변도인데 공직자들은 여전히 이득을 누려온 대목에서다.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 자체를 일거에 뿌리 뽑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공직자가 직무 관련 정보로 이득을 취하는 것만큼은 강력히 조사, 처벌해야 한다. 민심과 동떨어진 언행을 자제하고 가장 원론적인 대책으로 의지를 확인시켜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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