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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재이첩한 공수처, 수사력 빨리 갖춰야

입력
2021.03.13 04:30
23면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김학의 법무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검찰 재이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김학의 법무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검찰 재이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2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검찰로 다시 보내기로 했다. 수사 검사들이 임명되지 않은 수사 여건의 미비로 인한 고육지책이다. 공수처가 제때 출범해 진작 수사 진용이 갖춰졌더라면 ‘공수처 1호 사건’이 될 수 있는 중대 사건이 이첩ㆍ재이첩으로 혼선을 겪는 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공수처법은 검사의 불법 행위 관련 사건 수사는 공수처가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개혁 차원에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수사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다. 김진욱 공수처장도 “이 부분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사 한 명 없고, 경찰이 검사들을 수사하기 부적절하다는 점을 감안해 이 사건 수사를 맡았던 검찰에 재이첩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한다.

상징성이 큰 공수처 1호 사건이 공정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우려했을 것이다. 수사 검사를 선발하기도 전에 사건부터 넘겨받아 수사에 진척을 보이지 않을 경우 수사를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뭉개려 한다는 정치적 의혹과 비판이 점증했을 게 자명하다. 본격 활동도 전에 공수처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에 의문과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결국 공수처 검사ㆍ수사관 선발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해 신속히 수사 진용을 갖추는 것이 긴요하다. 마침 이날 공수처 검사 선발을 위한 인사위원회 첫 회의가 열린 만큼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수사 능력을 갖춘 검사 선발에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

우려되는 것은 이 인사위원회마저 여야의 정치적 입장에 휘둘릴 가능성이다. 이미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여야 간 대립과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공수처의 정상적 출범이 하염없이 늦춰진 바 있다. 검사 선발 인사위원회에서 이런 구태가 반복된다면 공수처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다. 공수처가 수사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400여 건의 고소ㆍ고발 사건이 접수돼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인사위는 상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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