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썽사나운 수사 주체 논란, 필요한 건 검경 협력

입력
2021.03.10 04:30
27면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의 보고를 받기에 앞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수본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 수사를 총괄 지휘한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의 보고를 받기에 앞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수본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 수사를 총괄 지휘한다.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ㆍ시흥 신도시 예정지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9일 경남 진주 LH 본사와 인천 LH 광명시흥사업본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1월 출범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맡은 첫 대형 사건으로 국수본의 역량을 가늠할 시험대로 평가된다. 국수본은 "수사 역량은 충분하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수사임은 분명하다. 투자와 투기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업무 연관성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 차명거래는 밝혀낼 수 있을지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만큼 이런저런 우려는 자연스럽다. 그러나 야당과 보수진영 일각의 과도한 경찰 수사 비판은 정치 공세의 의혹이 짙다. 국민의힘은 7일 논평을 통해 정부합동수사단 조사에 검찰이 빠진 점을 지적했고, 김종인 위원장도 검찰에 수사를 맡기라며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의혹을 제기한 지 1주일 밖에 안 됐는데도 일각에선 경찰 수사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수사 착수 단계에서부터 수사 주체에 대한 불신을 표시하는 건 합리적 비판으로 보기 어렵다. 경찰 수사를 노골적으로 폄훼하고 검찰에 대해 과도한 신뢰를 보냄으로써 정부와 여당이 주도한 검경 수사권 조정을 흔들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은 6대 중대범죄만 수사할 수 있게 됐지만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영장청구권을 갖고 있는 등 여전히 수사에 관여하고, 때로 지원할 여지가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부동산투기 수사전담팀이 꾸려진 수원지검 안산지청을 찾아 “공직 부패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검찰은 그 부분에 대해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적극 지원을 당부했다. 검경이 협력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금 중요한 건 경찰과 검찰의 수사주도권이 아닌 땅투기 의혹 근절을 위해 수사 역량을 총동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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