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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인식 조사

입력
2021.03.11 04:30
24면

지난 1월 27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한천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개학한 아이들과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27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한천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개학한 아이들과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전국의 초·중·고는 개학이 연기되고,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경험을 했다. 이후 온라인 수업이 시행되고 전통적으로 학교에서 맡아왔던 교육, 사회화, 돌봄의 기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학교의 활동 양상이 크게 바뀌었다. 이 가운데 온라인 수업의 학습 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은 코로나 시대 학교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온라인 수업 및 그 효과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달 5~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시대 학교의 역할 및 온라인 수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방역이 학교의 중요한 역할” 72%, “차별 없이 필수적 지원해야” 84%

응답자 10명 중 7명 정도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방역이 학교의 중요한 역할(72%)이 됐고, 학교에서의 방역이 학습과 배움만큼 중요하며(71%), 학교의 자율적 운영보다 교육부ㆍ교육청의 지침에 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68%)고 답했다. 학교 내 감염 방지 및 안전한 교육 환경 조성이 중요하며, 방역이 학교의 본연적 기능인 학습과 배움만큼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상황에서 학교는 차별 없이 모든 학생에게 필수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84%나 됐다. 지난 1년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이 교차로 실시되고 일상적으로 해왔던 학교 활동이 축소되거나 사라지는 상황에서, 학교가 모든 학생에게 필요한 교육 기회와 여건을 제공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수업으로 학습 격차 커졌다” 80%…초등 저학년, 고등학교 순

전체 응답자의 80%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으로 학습 격차가 커졌다는 점에 동의했다. 표본이 적어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지만, 응답한 초·중·고 학부모의 90%는 온라인 수업으로 학습 격차가 커진 것에 동의했다. 참고로 지난해 5월 학부모 대상 조사에서 온라인 개학(수업)으로 교육 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응답이 72.4%였다.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학습 격차 우려를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수업으로 학습 격차가 커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학생의 학습 능력 차이(20%), 부모의 학습 지원 차이(17%), 학생과 교사 간 의사소통의 한계(17%), 학생의 사교육 의존도 차이(16%), 학습 환경 변화에 따른 학생 적응력의 차이(14%) 순이었다. 온라인 수업으로 학습 격차가 커지는 이유로는 학생의 학습 능력, 적응력 차이와 같은 개인적 특성, 부모의 학습 지원과 같은 가정 배경, 온라인 수업이 갖는 의사 소통 및 피드백의 제약 등 다양한 요인이 두루 꼽혔다.

온라인 수업으로 학습 격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학교급은 초등학교 저학년(36%), 고등학교(27%) 순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학습의 자기주도성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돌봄이 가장 필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을 준비하면서 학습량이 많고, 효율적인 학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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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8명 “온라인 수업으로 공동체성 약화, 학력 저하 우려”

학교에서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온라인 수업의 영향으로 친구와의 관계성 및 공동체성 약화(83%),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취약계층 학생의 소외(83%), 가정에서의 지원 및 돌봄 부담 증가(83%), 학업 공백 및 학력 저하(79%)가 우려된다는 응답이 80% 내외였다. 교사의 디지털 활용 및 온라인 수업 역량 부족(72%)도 문제로 꼽혔다. 이를 볼 때, 온라인 수업 진행 과정에서 친구 간의 관계성을 높이며 사회성을 올리는 방안, 교육 기회 및 여건의 제공 측면에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학생의 소외 해소를 위한 지원, 가정의 돌봄 부담 감소, 학력 저하 방지, 교사의 온라인 수업 역량 강화 등이 풀어나가야 할 주요한 과제임을 알 수 있다.


학습 효과는 교실 수업(77%) > 온라인 수업(6%)

교실 수업과 온라인 수업 중 어느 수업 방식의 학습 효과가 더 높을까? 교실 수업(77%) 응답이 온라인 수업(6%)보다 월등히 높은 가운데, 차이가 없다는 응답은 10%였다.

그렇다면 온라인 수업의 학습 효과를 높이는 방안은 무엇일까? 교사와 학생의 쌍방향 소통이 원활하도록 학교의 디지털 환경 개선(41%)과 온라인 수업을 위한 교육콘텐츠 개발과 자료체계 구축(28%) 응답이 높았고, 다음으로 교사의 온라인 수업 및 디지털 기기 활용 역량 향상(9%) 순이었다. 온라인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 간 충실한 피드백이 구현될 수 있도록 디지털 환경을 개선하고, 내용이 다양하며 활용도가 높은 온라인 수업 콘텐츠를 개발ㆍ구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사의 온라인 수업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의 역할은 학습 격차 해소(35%)와 공적 돌봄 체계 강화(23%)

코로나19 이후 학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선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학생 간 학습 격차 해소(35%)와 공적 돌봄을 강화하는 체계 구축(23%) 응답이 높았다. 학습 격차 해소라는 교육 차원과 가정의 양육 부담 해소라는 공적 돌봄 차원이 코로나19 이후 학교 역할의 중요한 논의 주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종식 이후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이 유지되지 않을 것(62%)이라는 응답이 유지될 것(31%)이라는 응답보다 2배 높았는데, 학습 격차 확대, 가정의 돌봄 부담 증가, 학생 간 공동체성 약화 등 온라인 수업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녹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응답자의 절반 이상(54%)이 코로나19 이후 지역사회에서 학교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고 답했는데, 공적 돌봄을 포함해 지역사회에서 학교 역할에 대한 높아진 기대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지역에서 아동과 학생의 돌봄(방과 후) 수행 주체로 학교가 효과적이라는 의견(46%)과 전문기관이 효과적이라는 의견(45%)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이 학습과 배움이라는 학교의 본연적인 기능만큼 중요한 역할로 자리 잡고 있으며, 가정의 돌봄 부담 감소를 위한 학교의 ‘돌봄’ 역할 강화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온라인 수업 과정에서 확대된 학습 격차 해소를 위한 디지털 환경 개선, 관련 콘텐츠의 개발 및 구축, 교사와 학생의 디지털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확인됐다.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재난 상황에서 모든 학생에게 적합한 학습 기회와 여건을 제공하는 학교의 역할, 나아가 학습 복지와 공적 돌봄의 관점에서 필요한 학교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가 이번 기회를 통해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신성현 한국리서치 여론1본부 이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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