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파면하라" vs "지켜달라"… 한일, 램지어 공방 여론전

입력
2021.03.07 08:50
수정
2021.03.07 09:41
구독

美한인들, 하버드대 정문 앞서 규탄 집회
대학·출판사 대응 비난… 정작 미국인은 무관심
日우익은 총장에 엽서 보내고 비판 학자 비난

6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 정문 앞에서 한인회가 주최한 램지어 교수 규탄 대회가 열리고 있다. 케임브리지=연합뉴스

6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 정문 앞에서 한인회가 주최한 램지어 교수 규탄 대회가 열리고 있다. 케임브리지=연합뉴스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왜곡 논문이 일으킨 파동이 한일 간 여론전으로 번졌다.

매사추세츠한인회는 6일(현지시간) 하버드대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어 램지어 교수를 규탄하며 그를 파면하라고 대학에 요구했다. 서영애 매사추세츠한인회 회장은 성명서에서 “이것은 분명한 전쟁 범죄, 성적 인신매매, 성노예, 그리고 아동학대”라며 “오늘 우리 목소리가 램지어와 하버드대, 출판사, 일본의 문제점을 전 세계에 알려 왜곡된 논문을 지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신영 부회장은 램지어 교수가 증거 자료와 피해자 증언 청취 없이 논문을 썼다는 점을 꼬집으며 “법을 가르치는 법학자가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연구 진실성을 갖춘 논문을 못 쓰는데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신세준 버몬트한인회 회장은 로런스 배카우 하버드대 총장에게 “학문의 자유라는 적절치 못한 입장을 내세워 인권을 짓밟는 왜곡된 논문을 지지하려 하느냐”고 되물으며 램지어 교수를 파면할 것을 촉구했다. 조원경 로드아일랜드한인회 회장은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으로 쓰여진 논문을 인정해 출판하겠다는 엘스비어는 램지어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앞에서 항의 시위가 열린 것은 문제의 논문이 일반에 알려진 지난달 초 이후 한 달여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인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집회 참가자 100여명(주최측 추산)은 대다수가 한인이었고 하버드대 교내 신문인 크림슨 기자들을 제외하면 재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한 미국인 참가자는 연합뉴스에 “뉴욕타임스와 뉴요커가 기사를 써 이슈가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 일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보스턴글로브가 아직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집단 행동에 나선 건 일본 측도 마찬가지다. 램지어 교수 수호 운동에 나섰다. 트위터 등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하는 일본 ‘넷우익’ 중심으로 배카우 총장에게 감사 엽서 보내기 운동이 한창이다. 배카우 총장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담긴 주장은 학문의 자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파면론 차단뿐 아니다. 램지어 교수 논문을 비판한 학자들을 상대로 보복도 이뤄지고 있다. 램지어 교수 논문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에이미 스탠리 미 노스웨스턴대 교수의 징계를 요구하는 이메일을 대학에 보내는 식이다. 과거 스탠리 교수가 일본을 멸시하고 일본인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권경성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