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후 2명 사망...정은경 "인과성 확인 안 돼. 백신 기피 말라"

입력
2021.03.03 18: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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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60대 남성 2명 사망...기저질환 앓아
"세계 2억명 접종...사망과 인과관계 없어"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등 관계자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스1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등 관계자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요양병원 입소자 2명이 숨졌다. 예방접종과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백신 불안감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대상을 65세 이상으로 확대하려던 시점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라 고령자 접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치명률 감소를 위해서는 '65세 이상 접종 확대'를 추진하되, 고령자들의 건강 상태가 좋을 때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접종 기간을 넉넉히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반응 신고 209건... 아나필락시스 의심 3건

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경기 고양시와 평택시의 요양병원에 각각 입원해 있던 2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뒤 숨졌다. 질병청은 역학조사, 의무기록 조사, 지자체 신속대응팀과 질병청 피해조사반 검토를 통해 예방접종과의 연관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고양의 사망자는 50대 남성으로, 전날인 2일 오전 9시반쯤 백신을 접종하고 11시간 뒤부터 가슴 통증과 메스꺼움, 호흡 곤란을 호소해 치료를 받았으나 3일 오전 7시 사망했다. 평택의 사망자는 60대 남성으로 지난달 27일 오후 2시반쯤 백신을 맞은 뒤 33시간이 지나 발열과 전신 근육통이 나타났다. 한때 호전되기도 했으나 증상이 급히 악화되면서 3일 오전 10시 사망했다. 이 둘 모두 기저질환이 있었다.

접종이 진행되면서 이상반응 신고도 늘고 있다. 현재까지 접수된 이상반응 의심 신고는 모두 209건이다. 사망 2건을 제외하면 우려했던 중증 이상반응은 없었다. 아나필락시스 의심 신고가 3건 있었지만, 질병청은 중증 이상반응으로 분류되는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아니라 경증 이상반응으로 간주되는 '아나필락시스양 반응'으로 판단했다. 아나필락시스양 반응이란 접종 2시간 내 호흡 곤란이나 두드러기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인데, 아나필락시스 쇼크와는 발생 원인과 형태가 다르다. 조은희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후관리반장은 “아나필락시스양 반응 3명 중 2명은 호전됐고, 나머지 1명은 관찰 중”이라고 전했다.

"과도한 불안감 금물... 접종 기피 말아달라"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사망 사례가 처음 발생하면서 접종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사망을 비롯한 중증 이상반응은 접종자가 늘수록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자 사망 사례는 시간문제일 뿐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이런 일이 있으면 질병청이 역학조사와 전문가 검토 등을 통해 최대한 빨리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선 이미 백신 접종 이후 사망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약 1,758만명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영국에선 402명(2월 14일 기준)이 사망했고, 독일에선 약 247만명 중 113명(1월 31일), 프랑스에선 351만명 중 171명(2월 18일)의 사망 사례가 보고됐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2억명 이상이지만 백신과의 인과성이 확인됐다는 보고는 현재까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2020~21년 절기) 국내 독감 백신도 1,376만건 접종 중 이상반응 신고 2,081건, 사망 신고 사례가 110건(2021년 3월 1일 기준)을 기록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들 사망 사례 중 독감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된 것은 없다. 정 청장은 “과도하게 불안감을 갖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기피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신고 사례를 소상히 조사해 투명하게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고령층 접종에 변수 안 돼"… "건강상태 좋을 때 맞아야"

다만, 65세 이상 고령자 백신 접종 추진 방침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앞서 이날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는 “각국 정책에 변화가 있는 만큼 65세 이상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유보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질병청이 전문가 의견을 다시 한번 모아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령자 접종을 시작하면 사망과 중증 이상반응 사례가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사망 사례 발생이 고령자 접종의 변수가 될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절대다수가 65세 이상인데, 이들에 대한 접종을 늦춘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신 접종 기한은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령층 부작용을 줄이려면 건강상태가 좋을 때 접종하는 게 중요하다”며 “접종 전 검사를 철저히 하고 기관별 접종 기간을 충분히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백신을 받은 뒤 5일 이내에 1차 접종을 하라고 요양병원에 권고하는데, 그러지 말고 고령자의 건강상태가 좋은 날을 골라 맞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소형 기자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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