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이 증거 못 이겨"… 램지어 비난 가세한 노벨상 경제학자들

연판장 서명 이어 아예 두 명이 공동성명
"나치 독일 유대인 학살 부정 연상돼 고통"

서울 계성고 학생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성북구 분수마당 한·중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 논문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증거 없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해 물의를 빚고 있는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비난하는 대열에 노벨상을 수상한 미 경제학자들이 잇달아 가세하고 있다.

폴 밀그럼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앨빈 로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2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게임이론은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합리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두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램지어 교수의 역사적 해석이 정당한지는 증거에 의해 판단될 것”이라며 “단순한 게임이론 모델로 증거가 뒤집힐 수 없다”고 했다. 설명 모형이 아무리 그럴싸해도 증거로 실증되지 않으면 그 주장은 허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부정론이 연상됐고,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밀그럼 교수는 경매와 인센티브이론, 산업경제학, 경제사, 게임이론 등 경제학 여러 분야에서 권위자로 인정되는 학자다. 경매 시장의 특성과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연구하는 경매이론으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로스 교수 역시 게임이론과 함께 시장 설계 분야 연구로 2012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의 램지어 교수 비판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게임이론 한 분야인 ‘구조설계이론’으로 2007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가 학계 인사 대상 램지어 교수 비판 연판장에 서명했다.

법학을 전공한 램지어 교수는 최근 ‘국제법경제리뷰’(IRLE)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 ‘태평양전쟁 당시 성매매 계약’에서 경제학의 게임이론을 사용해 일본군 위안부 계약을 합리화했다. 직업 위험성이나 명예 손상 가능성 등을 고려한 여성들이 대규모 선급금을 요구하고 이게 수용돼 성사된 합리적 계약이 전쟁터 매춘이었다는 것이다.

IRLE를 발행하는 네덜란드 출판사 ‘엘스비어’는 조만간 램지어 교수 논문이 게재된 인쇄본을 출간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