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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조달청이 범죄적 폭리" 비판, 맞는 말일까?

입력
2021.02.16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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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사 "조달청 공공조달시장 독점이 문제"
조달청 "조달가격 질서 위반에 강력 대응... 관리하겠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달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달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가 조달청 제품 가격을 두고 "범죄적 폭리"라고 맹폭을 가하면서 '혈세 낭비' 논란에 불이 붙었다. 정부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조달청 쇼핑몰이 일반 쇼핑몰보다 더 비싼 가격에 물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많아 조달시장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비판의 주요 내용이다. 조달청 쇼핑몰은 얼마나 비싸며, 왜 이런 일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일까.

조달청 공급가, 시중보다 비싸다? "비싼 품목 꽤 있어"

이 지사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기획재정부 산하 조달청이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등 공공 조달시장을 독점함으로써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효율적으로 쓰여야 할 공공의 재정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라고 썼다.

그는 특히 한 언론 보도를 인용해 "시중가 165만~200만원에 불과한 제품이 조달청을 거치며 550만원으로 가격이 부풀려진 채 전국 소방관서에 납품됐다"면서 "이렇게 40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공공 조달시장의 독점·독식 구조가 낳은 범죄적 폭리이자 형사 고발을 검토해야 할 중대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등록된 구급차 공기살균기의 가격이 최대 333%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사실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조달 물품이 시중 쇼핑몰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 상황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2019년 경기도가 나라장터에서 판매되는 물품 3,341개를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1,392개(41%) 품목은 일반 온라인쇼핑몰 판매 가격이 더 저렴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라장터 판매 품목과 시세를 검증한 결과, 수십개 상품이 여전히 나라장터에서 더 비쌌다. 시중에서 5만1,460원인 니콘 카메라 렌즈는 나라장터에서 12만원으로 거래됐고, 시중가 11만원인 매립형 PA 스피커는 나라장터에서 23만1,000원에 팔렸다.

이 같은 상황은 조달청도 인정하고 있다. 조달청은 이 지사의 지적이 나온 지 3일 만에 보도자료를 배포해 "조달 가격관리를 대폭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조달가격 폭리? "조달청 독점이 문제 vs 주어진 현실서 최선" 맞서

다만 조달가격 '폭리' 현상의 원인과 해결책을 바라보는 입장은 다르다. 이 지사 측은 '조달청의 공공조달시장 독점'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규정하고 이 같은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도 자체 조달시스템 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반면 조달청은 구조보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조달청은 우선 쇼핑몰 상품 수가 약 66만개에 달하고 가격이 수시로 변해 모든 물품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것이 주어진 인력 아래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악용하거나 조달청을 대놓고 속이는 업체도 있다"면서 "경찰이 있어도 범죄가 있지 않느냐. 조달청이 있다고 이런 문제를 사전에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반대로 이 지사가 제기하는 조달청 독점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중앙조달 시스템이라는 주어진 체계 아래서 가격을 관리하는 게 조달청이 맡은 업무라는 것이다. 조달청은 지난 8일에도 △조달가격 신고센터 신설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 △가격 위반 신고자에게 최대 300만원의 포상금 지급 등 가격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둔 대책만 내놨다.

일각에선 조달청 나라장터 쇼핑몰 내부에서 이뤄지는 독점을 문제 삼기도 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9년 기준 나라장터 쇼핑몰에 등록된 세부 품명 1,421개 가운데 23.8%에 해당하는 352개가 독점으로 공급되고 있다"면서 "나라장터 쇼핑몰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쇼핑몰 입점 업체 간 경쟁체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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