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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빠진 연합훈련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21.02.09 00:00
27면
지난해 8월 한미 연합훈련의 사전 연습으로 실시된 위기관리참모훈련에 참여한 헬기들이 평택 캠프 험프리스 기지에 모여 있다. 뉴스1

지난해 8월 한미 연합훈련의 사전 연습으로 실시된 위기관리참모훈련에 참여한 헬기들이 평택 캠프 험프리스 기지에 모여 있다. 뉴스1


국방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연합훈련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을 가지게 마련이다. 첫 번째 의문은 전쟁이 발발하면 정말로 계획되어 있는 만큼 많은 수의 미군이 한반도로 파견될 것인가이다.

연합훈련은 기본적으로 작전계획의 일부를 연습한다. 그 핵심 중 하나는 미 증원전력을 수용-대기-전방이동-통합(RSOI)하는 연습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 본토로부터 오는 대규모 증원군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말한 것 처럼 '전쟁이 나도 거기서 나는 것이고, 사람이 죽어도 거기서 죽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미국이다. 이런 미국이 최대 69만의 증원 전력을 보내리라 생각하는가. 이를 기정사실화해서 연합훈련을 하는 건 당황스럽다. 또 이런 연합훈련을 조정하려 할 때마다 정치쟁점이 되는 건 불편하다.

불편한 것은 또 있다. 작전계획대로라면 핵무기를 가진 북한의 공격을 버텨내고 반격하여 통일을 성취해야 한다. 매년 이 계획의 특정부분을 연습한다. 그런데 핵을 가진 북한을 상대로 이 계획을 실행할 수 있을까. 휴전선을 넘는 순간 핵공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거북하지만 말 나온 김에 핵 얘기를 좀 더 해보자. 우리 연합훈련에서 북한으로부터 핵 공격을 받았을 때의 상황이 상정된다고 생각하는가. 놀랍게도 우린 그런 상황에 대한 연습을 하지 않는다. 북한의 핵 공격 이후 미국이 한반도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필자는 알지 못한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반도에서 발생할 다음 전쟁은 핵전쟁일 가능성이 높다. 누구도 이걸 부인하기 어렵다. 대규모 증원군은 없을 것이다. 핵을 가진 북한으로 진격하여 통일을 성취하는 계획은 실현 불가능하다. 실제와 같은 훈련을 해야 한다. 현실화되지 않을 계획에 근거한 약속 대련 식 연합훈련은 조정되어야 한다.

연합훈련이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되어 가고 있다. 전략적 판단에 의해서나 사정이 생겨 연합훈련을 조정하려고 하면 사방에서 난리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도 그렇고, 북한을 견인하기 위한 전략적 방편으로서도 연합훈련 조정은 당연히 시도해 볼 수 있다.

미군이 없으면 독자적인 방어 자체가 어려운 시절에도 미국은 우리 사정을 보아가며 훈련 시기와 규모를 조정하는 데 협조했다. 이제 북한 재래식 전력의 공격은 독자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한국군이다.

북핵 동결, 더 나아가 비핵화라는 더 큰 전략적 목표를 위해 연합훈련 조정을 하나의 정책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 뭐 그리 잘못됐는가. 연합훈련이 조정되어도 군사대비 태세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 않는가.

연합훈련이 점점 컴퓨터 게임처럼 되어 간다는 비판도 있다. 그런데 앞으로 더 그렇게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작전과 전술을 연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 전쟁 대비를 위해서는 전략적 수준의 연습이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고위급 대상 정치-군사게임(Pol-Mil Game) 같은 것이 활성화될 필요가 여기에 있다.

무기체계의 상당부분이 자동화되었으므로 전술, 작전에서의 혼선은 최소화될 것이다. 그런 기술연마는 각자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이제 한미 양국은 다양한 전략상황에서 위기관리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연습에 힘써야 한다. 전투기술만 연마하다가는 전략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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