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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의원 비서 해고, 노동법 위반인가 국회 관행인가

입력
2021.02.01 19:00
수정
2021.02.01 19: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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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의원실 직원을 부당 해고했다는 논란이 진실 공방으로 번지면서 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어수선한 정의당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류 의원이 수행비서를 면직하면서 해고를 불과 1주일 전에 통지해 노동법을 위반했고, 휴게시간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한 정의당원이 폭로한 의혹 내용이다. 갈등이 봉합되지 않자 정의당은 1일 공식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문제의 해고 통보가 규정에 어긋난 부분이 있는지, 관행 등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범위인지 짚어 봤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당 회의에 참석해 다른 참가자의 말을 듣고 있다. 뉴시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당 회의에 참석해 다른 참가자의 말을 듣고 있다. 뉴시스


'법'만 따지면 문제는 없지만...

순전히 법적으로만 따지면 수행비서에게 해고를 1주일 전에 통보한 것은 노동법 위반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수행비서 등 국회의원의 보좌 직원은 국가공무원법상 별정직 공무원으로 민간 노사에 적용되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최소 30일 전에 예고를 해야 하고, 이런 예고 기간을 지키지 못할 때는 근로자에게 30일치 통상임금을 주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행비서와 같은 보좌 직원은 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들의 면직 처리 절차는 ‘국회별정직공무원 인사규정’을 따르는데, 이 규정을 보면 국회의원은 국회 사무총장에게 면직하려는 직원에 대한 면직요청서를 제출하는 것만으로 언제든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다. 해고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근로기준법과 달리 사유 제한도 없다. 언제든 의원 마음대로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회 7년 경력의 A비서관은 “소관 부처와 협력해 정책을 만들 때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고용 안정성은 극히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보좌직원의 불안정한 근로조건이 문제가 되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7월 보좌직원에 대한 면직 30일 전 예고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안을 냈다. 이를 다룬 국회 운영위 소위원회 회의록(2020년 11월 25일)을 보면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민간의) 5인 미만 사업장도 한 달 전에 예고하게 돼 있다”며 “합의해서 통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아직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울 여의도 정의당 중앙당사의 모습. 뉴스1

서울 여의도 정의당 중앙당사의 모습. 뉴스1


관행에 비춰보면 ‘문제 소지’

자주 직원을 바꾸는 것으로 소문난 '악덕 고용주' 의원도 없지 않지만, 보통은 의원들이 함께 일한 보좌 직원을 하루 아침에 내치는 일은 흔치 않다. 국회의원도 적을 만들어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좌 직원을 불가피하게 면직을 시켜야 할 때는 민간 일자리를 알아봐 주거나 다른 의원실을 소개해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B보좌관은 “새 일자리를 주선해 주기가 쉽지 않을 때는 적어도 1, 2개월 전에 미리 면직을 예고하고 이 기간 동안은 사무실에 나오지 않아도 되도록 허락해 구직 활동을 할 수 있게 배려한다”고 말했다.

이런 관행에 비춰 1주일 전 해고를 통보한 류 의원 조치가 최선이었는지 평가가 엇갈린다. ‘배려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행비서와 관계가 틀어졌던 것 아니겠냐’는 류 의원 동정론도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약자들의 노동권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정의당에서 부당 해고 논란이 불거진 것 자체가 타격이라는 평가가 더 많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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