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도 백인 먼저… 뉴욕 인구 4명 중 1명인 흑인, 접종자는 10명에 1명

입력
2021.02.02 00:00
수정
2021.02.0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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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격차' 커… NYT "美 전국적 현상"

지난달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템파의 세인트 존스 침례교회에서 한 흑인 남성이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템파=AFP 연합뉴스

지난달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템파의 세인트 존스 침례교회에서 한 흑인 남성이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템파=AFP 연합뉴스

미국 뉴욕시민 4명 중 1명꼴인 흑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 그룹에선 10명 중 1명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도 백인에게 먼저 돌아갈지 모른다는 ‘인종 격차’ 의심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시가 공개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날까지 백신 주사를 한 번이라도 맞은 거주민 가운데 인종이 기록된 29만7,000여명을 분류한 결과 백인이 절반에 가까웠고(48%), 이어 아시아계ㆍ라틴계가 각각 15%, 흑인이 11%를 기록했다.

이는 인구 구성 비율과 차이가 있다. 2019년 기준으로 뉴욕시의 인종 비율은 백인 32%, 라틴계 29%, 흑인 24%, 아시아계 14% 순이다. 백인의 경우 인구 비중에 비해 접종자 비율이 월등히 높은 반면 히스패닉과 흑인은 아주 낮다. 인구 대비 접종자 비율이 비슷한 인종은 아시아인뿐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런 인종 격차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뉴저지주(州)의 경우에도 접종자 중 백인 비율이 48%에 달하는 데 비해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흑인은 3%에 그쳤다. 시카고시도 접종자 중 백인ㆍ흑인의 비중이 각각 53%와 15%로 차이가 컸다.

격차 자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백신이 정작 필요한 이들에게 먼저 접종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흑인과 히스패닉, 원주민의 코로나19 사망 비율이 백인의 3배 수준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도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유색 인종 지역의 뉴욕 시민들이 오히려 백신 주사를 맞지 않는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격차의 배경은 중층적이다. 일단 불신이다. 오랫동안 의료 차별을 겪어 온 흑인의 경우 병원을 믿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AP통신이 30일 전했다. 더블라지오 시장도 “(백신을) 불신하고 (접종을) 주저하는 문제가 유색 인종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 탓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뉴욕시 감사관 등은 “뉴욕시 밖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백신 접종을 중단하고 혼란스러운 일정 웹사이트 시스템을 정비하는 한편, 필수 노동자들이 백신 주사를 맞을 수 있게 유급 휴가를 제공하라”고 시 당국에 촉구했다. 이에 더블라지오 시장은 “접종 일정 예약 시스템을 개선하고 다양한 언어를 지원해 백신 접근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충분한 공급이 급선무라는 게 뉴욕시의 인식이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제1 해결책은 (백신) 대량 공급”이라며 “백신 접종을 긍정적으로 경험한 사람이 늘면 이들이 가족과 지인에게 정보를 전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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