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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 눈폭풍 이란을 삼키다

입력
2021.02.0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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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1972년 이란 블리자드

4,000여명의 인명을 앗으며 인류 역사상 최악의 눈폭풍으로 기록된 1972년 2월 이란 블리자드 직후 모습. alchetron.com

4,000여명의 인명을 앗으며 인류 역사상 최악의 눈폭풍으로 기록된 1972년 2월 이란 블리자드 직후 모습. alchetron.com


아라비아 반도의 사막 도시 카타르 도하 전통시장에서 두꺼운 패딩 외투가 즐비하게 진열된 모습을 기이하게 여긴 적이 있다. 일교차가 크다곤 해도 도하의 겨울(12~2월) 기온은 대체로 섭씨 14~25도 사이를 오르내린다. 드물게 밤 기온이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 있는데, 그게 현지인에겐 사무치게 추워서 동사하는 이도 있다는 말을 현지인에게서 들었다. 그 정도면 한국의 가을(9~11월) 평균 기온(약 15도)이다.

반건조기후인 이란 수도 테헤란의 2월 기온은 2020년 기준 최저 영하 7도에서 최고 영상 19도였고, 영하로 떨어진 날은 29일 중 닷새에 불과했다. 겨울도 건조하고 대부분 맑아 비가 오는 날은 평균 3~4일에 불과하고, 드물게 눈이 와도 강설량은 미미하다.

1972년 2월 3일부터 무려 일주일간 살인적인 눈폭풍(blizzard)이 이란을 강타했다. 쉼 없이 퍼부은 눈의 적설량은 최소 3m, 최대 7.9m에 달했고, 기온도 영하 25도까지 떨어졌다. 눈폭풍을 피해 집에 머문 이들 다수가 말 그대로 눈에 파묻혔고, 눈이 얼면서 최소 4.000여명이 숨졌다. 200여개 마을이 마비되다시피 했고, 남부 카칸(Kakkan)과 셰클랍(Sheklab) 같은 곳은 마을 전체가 눈에 파묻혀 각각 수백명 주민 전원이 동사했다. 앞서 약 4년간(1968~1971년) 극심한 가뭄을 겪은 뒤의 참사였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눈폭풍 참사로 기록된 저 이변을 겪고도 현대 기상과학은 왜 하필 이란이었고 그 시점이었는지, 언제 어디서 유사한 일이 재발될 수 있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과 예측을 내놓지 못했다. 물론 이란 참사의 경우 눈폭풍 자체가 워낙 드물어 대비가 부실했던 게 사실이지만, 그 정도 눈폭풍이라면 아무리 문명화한 도시여도 공동체 기능이 무력해지고 재난 대응시스템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2008년 아프가니스탄에 몰아친 눈폭풍은 92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기후 위기가 본격화할수록 기상은 더 거칠고 예측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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