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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원전 의혹 수사 대상 아냐" 선 긋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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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자력발전소(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사건에 연루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파일 중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문건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 움직임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북한 원전 관련 의혹은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진상규명 차원에서라도 검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검찰 등에 따르면 공용전자기록 손상 및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A(53)씨 등 산업부 공무원 3명은 감사원 감사 직전 530건의 원전 관련 내부 자료를 삭제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이 삭제한 자료 중에는 그간 논란이 됐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관련 문건뿐 아니라, 북한 원전 건설 추진과 관련한 문건도 포함돼 있다.
공소장에 적시된 북한 관련 삭제 문건은 17건으로,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과제, 북한 전력산업 현황과 독일의 통합사례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파일에는 북쪽이란 뜻의 핀란드어 '뽀요이스(pohjois)'라는 폴더와 '북한 원전 추진' 줄임말인 '북원추'라는 폴더에 담겨 있는데, 산업부가 조심스레 북한 원전 건설 추진을 검토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주목할 부분은 해당 문건들이 작성된 시기다. 파일 이름에는 작성 날짜로 추정되는 '2018년 5월 2∼15일'이 명시돼 있다. 2018년 1차 남북정상회담(4월 27일)과 2차 남북정상회담(5월 26일) 사이로, 전체 17건 가운데 6건이 남북정상회담 사이에 작성됐다. 1차 정상회담이 열린 지 5일만인 2018년 5월 2일 생산된 '에너지 분야 남북경협 전문가_원자력', 5월 14, 15일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등이다.
야권에선 청와대가 남북정상회담 때 북측에 원전 건설 등을 제안하기 위해 산업부에 검토를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삭제된 다른 문건들에서 'BH(Blue House)', 즉 '청와대 보고용'을 뜻하는 용어가 다수 발견됐는데, 청와대가 탈원전 정책뿐 아니라 북한 원전 관련해서도 산업부와 긴밀히 의견을 주고받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산업부는 "북한 원전건설을 본격적으로 검토한 게 아니라 남북경협이 활성화됐을 때를 고려한 아이디어 차원의 검토"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 이적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도 국정조사와 함께 특검 도입 가능성을 거론했다.
검찰은 그러나 현재로선 북한 원전 관련 의혹은 들여다볼 사안이 아니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한 청와대 등 윗선 개입 여부 등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정부 정책에 검찰이 개입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을 때도, 검찰은 "정책 집행과 감사 과정에서 (감사 방해) 공무원 등 관계자 형사법 위반 여부에 대해 수사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설사 검찰이 수사에 나서더라도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문건 작성 행위가 실정법 위반으로 처벌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로 판단하려면 '실질적 위험성'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만 보면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도 "국회 동의 없이 원전기술을 유출하는 등 범죄행위가 있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규정과 절차에 맞는 계획 및 검토 차원이었다면 남북교류협력법상 문제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진상규명 차원에서 검찰이 북한 원전 의혹까지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삭제된 자료를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복구한 만큼, 위법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정상회담 중 실무자들이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을 작성한 것을 볼 때 지시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문건 작성 목적, 경위 등이 불투명한 만큼 검찰 수사를 통해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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