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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되면 삼성전자 주가 폭락한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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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법정구속'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어 대법원 상고장 제출 기한 마지막 날인 25일 이 부회장 측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모두 재상고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수감 중인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 6월의 실형이 확정됐는데요.
18일 이 부회장이 실형 판결을 받자 "삼성그룹 시총 28조원 증발하자 개미들 곡소리", "삼성그룹 시총 하루새 28조원 증발…이재용 구속에 개미들 눈물"라며 주가 하락과 이로 인한 혼란을 우려하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그 동안 삼성 총수 개인의 위기가 곧바로 삼성그룹의 주식 시장에 영향을 미쳤던 걸까요? 삼성의 대표 선수이자 한국 주식 시장의 대장주 삼성전자의 주가 추이를 직접 살펴 봤습니다. 그리고 기업지배구조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온 이창민 한양대 교수에게 그 의미를 들어봤습니다.
1976년 삼성그룹 후계자로 지명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조성 의혹에 따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1996년 8월 27일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이 회장의 재판 결과가 공개되자 "충격·당혹…활동 위축 우려", "'뇌물기업'이란 오명 때문에 해외수주·자금조달 차질 우려",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의 현실을 감안할 때 우려스럽다"라는 제목을 단 기사가 신문 지면을 채웠습니다.
이 회장에 대한 사법 처리가 삼성의 경영 위기는 물론 국민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야기였죠.
당시 삼성전자 주가를 기준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이 전 회장에 대판 재판 결과가 해당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는데요.
재판 결과 발표 당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0.32%(200원) 오른 6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판결 한달 후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판결 당일에 비해 4.18%의 하락했고요.
1996년 10월 10일 7만2,000원 수준까지 오르던 삼성전자 주가가 이듬해 초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한 건 어떻게 된 일이냐고요.
전체 주식시장 흐름과 비슷한 양상이었는데요. 당시 경기 한파에 증시 불황이 겹쳐 코스피 지수도 비슷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락세에 들어섰습니다.
1996년 12월, 이건희 전 회장의 자녀들이 저가에 발행된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대량 인수하면서 경영권 편법승계 논란이 일었습니다.
2000년 해당 건으로 이 전 회장이 고발됐고, 2007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2008년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출범했는데요.
이후 이 전 회장은 배임·조세 포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2009년 8월 14일 파기환송심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 결과 발표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4.13%(2만9,000원) 오른 73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판결 일주일 후 주가는 판결 당일보다 3.15% 올랐고, 한 달 후에도 4.51%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특혜 논란에도 불구하고 매우 이례적으로 이 회장에 대한 '원포인트' 사면을 단행했습니다.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던 이 전 회장의 최종 유죄 확정 판결로 IOC 위원 자격이 위태로워지면서 "한국 스포츠 외교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식의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죠.
2019년 12월 31일 정부는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명분을 앞세워 이 전 회장을 특별사면했습니다.
2017년 2월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1938년 삼성그룹 창립 이래 총수를 맡은 이병철 선대 회장, 이건희 전 회장, 이재용 부회장은 모두 검찰 조사를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역대 삼성그룹 총수 중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징역형을 받고 수감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이었죠.
당시 언론에서는 "이재용 구속…삼성 총수일가 주식자산 하루 새 2,800억원 증발", "삼성그룹 시가총액 하루 새 2조원 넘게 날아가", "삼성 올스톱 상태… '경영 시스템 붕괴 위기감'" 등의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이 전 부회장 구속된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190만1,000원)보다 0.42%(8,000원) 하락한 채 장을 마쳤습니다. 일부에선 삼성 계열사의 시가 총액이 하루 만에 2조원 이상 증발해 버렸다고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삼성그룹 전체의 시가 총액 410조원을 고려하면 큰 충격이 주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죠. 실제로 17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상승세로 전환, 판결 한 달 후에는 11.99% 오른 212만원에 거래가 마감됐습니다.
2017년 8월 25일 이재용 전 부회장 1심 재판부는 특검이 기소한 뇌물액 중 최서원 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 72억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16억원 등 89억원을 뇌물·횡령액으로 인정하면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실형 충격의 여파였을까요. 선고 당일 주가는 전날보다 1.05%(25,000) 하락한 235만1,000원에 거래가 마감됐고 이후에도 한동안 하락세를 면하지 못했는데요. 하지만 한 달 후 주가는 재판 당일보다 14.04% 오른 268만1,000원으로 마감하며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이후에도 이 부회장 재판 결과에 따라 주가는 등락을 반복했지만 재판이나 사법 처리 결과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이 부회장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으며 구치소에서 석방된 2018년 2월 5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46%(1만1,000원) 오른 239만6,000원에 마감됐습니다.
당시 코스피 지수도 하락세를 면하지 못했습니다. 재판 당일 1.33% 하락하며 2,491 포인트에 마무리 된 지수는 한 달 후 2,375 포인트(-4.68%)까지 떨어졌습니다.
삼성전자 주가도 재판 당일을 기준으로 일주일 후 228만6,000원(-4.59%), 한 달 후 226만원(-5.68%)까지 떨어지며 하락세가 장기화하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하지만 3월 중순 255만7,000원(6.72%)으로 상승한 이후 우상향 추세로 접어들며 단기적인 영향을 주는 데 그쳤습니다.
2019년 8월 29일 2심 판결의 파기 환송이 결정된 당일, 주가는 전날에 비해 1.7% 하락했지만 이후 곧바로 회복세에 들어섰습니다. 재판 당일을 기준으로 일주일 후에는 5.3%, 한 달 후에는 13.02%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였습니다.
이재용 전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된 18일, 개미들은 정말 눈물을 흘렸을까요.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41%(3,000원) 하락한 8만5,000원에 마감했지만 19일 하루만에 상승 전환했습니다.
전체 주식시장과도 유사한 흐름이었는데요.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진 당일에는 전체 코스피 지수가 2.33% 하락했지만, 다음날 곧바로 2.61% 반등했습니다.
19일 8만7,000원 20일 8만7,200원, 25일 8만9,400원까지 오르던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며 28일 기준 8만3,700원에 마감됐습니다.
총수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 때도 있었죠. 이 회장은 2014년 5월 10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이 전 회장의 입원 소식이 알려지자 "이 회장이 제왕적 리더십으로 그룹을 움직여온 만큼 계열사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단기간 영향을 줄 순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증시에 리스크가 되진 않을 것" 등으로 의견이 나뉘어 분분했는데요.
일부의 걱정과 달리 이 전 회장의 건강 이상으로 인한 총수 부재가 주가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입원 사실이 알려진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3.97%(5만3,000원) 오른 138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한달 후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입원 당일보다 3.46% 상승했고요.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는 대부분 상승세였습니다. 삼성그룹의 승계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 때문이었다고요.
1996년 이건희 회장이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을 때부터 2021년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끝날 때까지, 삼성그룹 총수의 구속·유죄 선고 등 법원 판결은 삼성전자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총수가 재판을 받을 때면 매번 '총수 역할론', '주가 폭락', '개미들 곡소리' 등의 돌림노래가 반복될까요.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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