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백악관이 북핵 억제가 중대 관심 사안이며, 미국민과 동맹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의 ‘톱다운 방식’과는 다른 바이든식(式) 대북 접근법을 공식화한 것이다. 새로운 전략에 대해선 “한국과 일본, 다른 동맹들과 긴밀한 협의 속에 북한의 현재 상황에 대한 철저한 정책 검토로 시작될 것”이라며 한미 간 사전 조율을 약속했다.
백악관의 입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젠 사키 대변인은 22일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기자 질문에 미리 준비한 문안을 찾아 읽는 방식으로 내용을 공개했다. 이처럼 '준비되고 정리된' 입장은 바이든 정부가 북핵을 최우선 순위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여 긍정적이다. 코로나19와 중국 문제에 손발이 묶여 당분간 북핵 문제에 관리 모드로 대응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것이다.
한미 양국 간 조율도 막 시작된 모습이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3일을 첫 통화를 가졌고, 24일에는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전화 인사를 나눴다. 양측은 통화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원론적 대화이긴 하나 안보 책임자들이 대화의 문을 연 만큼 각급 채널을 통한 소통 확대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로선 미국의 새 북핵 접근법에 주도적으로 개입할 계제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전례에 비춰볼 때 바이든 정부의 북핵 구상은 2월 연두교서(국정연설)에서 윤곽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 전에 한미 동맹의 신뢰를 기반으로 우리 정부 입장을 충분히 반영시키는 게 우선이다. 백악관도 새 전략의 결정과 실행을 위해 지역 동맹국들과 사전 긴밀한 협의를 약속한 만큼 한국 입장을 경청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의 결정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식의 한미 동맹 강화는 한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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