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강제징용 갈등이 2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국내의 위안부 손해 배상 판결까지 더해져 양국 관계에 악재만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최근 이임을 앞둔 남관표 주일대사의 관례적인 총리 예방을 거부한 데 이어 새로 부임하는 강창일 대사 접견도 보류할 방침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같은 시기 바뀌는 주한 일본대사 부임을 늦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정부에 책임을 물은 최근 서울지법의 위안부 판결에 대한 불만 표출로 보인다.
과거사 문제가 피해자의 인권 회복이라는 토대 위에서 서로 양보하는 대화와 타협을 추구하지 않고 법적인 다툼으로만 치닫을 경우 양국 관계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위안부 판결은 일본만 불편한 것이 아니라 "솔직히 좀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는 문재인 대통령 말대로 정치적 해법을 추구하던 한국으로서도 난처한 면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사법적 판단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법적 판단을 존중하며 양국 정부가 그 뜻을 담은 정치적인 대화로 갈등을 풀어가는 것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일본과 대화를 촉구해 온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였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그 토대 위에서 피해자 할머니들도 동의할 해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한일 간 협의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합의의 흠결을 지적해 온 그동안의 태도에 비춰 보면 큰 변화다. 일본에 고개 숙인다는 국내 비판이 예상되는데도 굳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대화로 문제를 풀자는 적극적인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본 정부에서 이런 대화 의지를 읽을 수 없다. 스가 총리 등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며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해 가겠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반인도적 행위"에 대한 반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법원 판결을 한국 정부가 시정하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는 없다. 미국 새 정부 출범으로 한일 대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이 이제라도 비난을 멈추고 대화로 갈등을 풀어가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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